테슬라 ‘어닝 미스’ 나비효과…인도네시아 광부들이 운다

홍석재 기자 2024. 1. 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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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에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17일(현지시각) 전기차 테슬라가 전용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채우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의 4분기 매출과 수익이 예상치 이하를 기록하며 주가가 미끄러지고 있다. 전기차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 생산국들까지 어려움을 겪는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가 24일(현지시각) 공개한 실적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51억6700만달러(33조6180억원), 주당순이익(EPS)은 0.71달러(948원)로 집계됐다. 매출이 하락한 것은 아니지만, 애초 예상치였던 256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2022년 같은 기간(243억1800억달러)과 견줘도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성장 없이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에서 8.2%에 불과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테슬라가 지난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차량 가격을 낮추면서 수익에 타격을 입었다”며 “이같은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전기차) 판매 전망이 더 어둡고, 테슬라의 차세대 차량 출시가 1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2024년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테슬라는 지난 한해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전기차 판매 업체 자리를 지켰지만, 마지막 4분기만 놓고 보면 판매량에서도 중국의 비야디(BYD)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다만 테슬라는 실적보고서에서 “지난해 120만 대 이상의 ‘모델 와이(Y)’ 차량을 팔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이 됐다”며 “2023년 잉여 현금 흐름을 44억 달러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고, 차세대 플랫폼의 빠른 시장 출시와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도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전기차의 성장 정체는 전기 기반 새 파워 트레인 차량의 약점이 드러나면서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적 렌터카 회사 허츠가 최근 자사의 전기차 2만 대를 팔고, 가솔린 차량으로 교체한 게 대표적이다. 전기차 이용자들이 계속 충돌 사고를 내는데다, 한번 사고가 나면 수리 비용도 내연기관 차량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 대표적 약점으로 지적된다. 법률정보 서비스 업체 ‘렉시스넥시스’의 보험 분석가들이 내놓은 연구결과를 보면, 운전자들이 차량을 바꿔탈 때 ‘가솔린차→가솔린차’보다 ‘가솔린차→전기차’로 바꿔 탈 때 보험금 청구 빈도와 보험금 지급액이 각각 14.3%, 14.5%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차는 강력한 전기모터를 탑재해 비슷한 성능의 내연기관 차량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게 가속된다. 전기차 테슬라의 가장 하위 등급인 모델3 롱레인지의 ‘제로백’(출발부터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4.1초에 불과하다. 빠른 차의 교통사고 빈도가 더 높은데다, 전기차는 급가속이나 고속주행 때 엔진의 굉음이 없어 운전자가 속도를 느끼지 못하면서 사고가 더 잦아진다. 출발과 정지를 하나의 페달로만 할 수 있는 ‘원 페달 주행’ 기능도 낯선 운전자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전기차의 본격적인 등장 당시부터 논란이 컸던 비싼 차량 가격과 최근 전세계 한파 여파로 배터리 방전 탓에 전기차들이 무더기로 길거리에 멈춰버린 ‘전기차 무덤 현상’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전기차의 성장통은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 주요 채굴국인 인도네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광산에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22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은 톤당 1만6007달러(214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와 견줘 40%이상 낮아진 가격이자,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3개월 내 니켈 가격이 톤당 1만550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3일 “수요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인도네시아의 니켈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며 “니켈 주요 생산업체인 와이어 메탈스는 광산 폐쇄를 발표했고, 수많은 소규모 생산업체들이 건설을 중단하거나 경영난에 빠지는 등 광산업에 미친 영향은 가혹했다”고 지적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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