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난민 위법 구금’ 보상 안 하는 현행법 헌법소원 각하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거나 공항 송환 대기실에 수용됐던 외국인들이 위법한 구금에 대해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늘(25일) 형사보상법 제2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 출입국관리법에 대한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습니다.

각하란 청구 자체가 관련 법률에서 정하는 요건에 맞지 않아 부적법할 때 본안 판단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결정입니다.

해당 조항은 ‘무죄를 확정받은’ 피고인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구금당한 경우 국가가 이를 보상하도록 정해둔 조항입니다.

헌재는 우선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청구에 대해 “통상적인 법과 절차에 따른 행정상 구금의 경우까지 보상에 관한 법률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법 의무가 헌법 해석상 곧바로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외국인의 국내 체류에 관한 사항은 주권국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므로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국가배상제도 등 기존 입법을 통한 구제 절차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한 행정상 구금으로 인한 보상을 위한 법률을 제정할 의무가 헌법 해석상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형사보상법 관련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대해서도 헌법소원 형태를 잘못 택했다며 역시 각하했습니다.

헌재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형사보상법이 적용되지 않는 행정작용에 의해 신체의 자유가 침해된 자에 대해서도 형사보상법과 동일한 정도의 보상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입법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에서,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진정입법부작위란 입법자가 법률 조항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입법 의무가 있음에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조항이 없는 경우엔 제68조 제1항을 근거로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을 내 새로운 입법을 해달라고 주장해야 하는데, 입법자가 부적절하거나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경우(법률이 존재하는 경우) 기존 법률의 위헌성을 다투는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을 내 부적법하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청구인들은 한국에 들어오려다 입국 불허 결정을 받고 송환 대기실에 수용되거나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보호처분을 받는 등 사실상 구금됐습니다.

이들 중에는 구금 중 소송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아 뒤늦게 풀려난 경우도 있습니다.

청구인들은 행정절차에서의 위법하거나 부당한 구금의 피해자에 대해서도 형사보상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보상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구금이 위법한 것으로 결론 나더라도 보상하지 않는 출입국관리법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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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