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 사장님이 중대재해법으로 감옥간다고요?…“공포 마케팅”

김지환·조해람 기자 2024. 1. 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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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당정협의회 회의장 앞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반대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정부가 ‘추가 유예’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공포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7일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되면 상시 노동자가 5인 이상인 동네 음식점, 빵집 사장도 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말한다. 중대재해법은 업종과 관계없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설명 자체는 맞다. 하지만 중대재해는 제조·건설업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음식점업에서는 발생 자체가 드물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22년 10월 발행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산재예방 조치 이행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마련’ 보고서를 보면 음식점, 빵집 등을 포함한 음식점업 사고사망자(사업장 외 교통사고 제외)는 2016년 3건, 2017년 4건, 2018년 2건, 2019년 2건, 2020년 1건에 불과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2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동네 음식점, 빵집에서 근골격계 질환 등 일반적 산재가 아니라 사망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며 “만약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면 영업하는 게 부적절한 곳이다. 사업주가 얼마나 소홀히 했으면 그런 업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겠느냐”고 말했다.

노동부는 영세·중소기업에서는 대표이사가 생산부터 기획·영업·안전관리까지 모든 역할을 하므로 중대재해로 대표가 처벌을 받으면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대표 역할이 크기 때문에 대표 부재는 사업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 발생으로 대표가 기소된다고 해도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22년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50인 이상 사업장 대표 중 실형을 받은 사례는 한국제강 대표 1명뿐이다. 한국제강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 말 대표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노동부는 또 50인 미만 사업장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상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는 기존 산안법상 의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중대재해법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대기업과 달리 안전보건 업무 전담조직을 둘 의무가 없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기존 산안법을 준수하고 있다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중대재해법 적용 시 종사자 의견 청취, 비상대응 매뉴얼 마련 등 일부 의무가 추가되지만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또 미루면 공급망 내에서 유해·위험한 작업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외주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태선 교수는 “원청, 1차 하청업체, 2차 하청업체 등 공급망이 형성돼 있는 제조업 등의 경우 위험의 사외 외주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해당 공급망에 매우 부정적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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