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부’로 고배 마신 롯데칠성, 프리미엄 소주 시장 흔들까
‘대장부’ 단종 이후 2년여만 재도전…화요‧일품진로와 차별화 관건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롯데칠성음료(롯데칠성)가 '대장부'를 접으면서 철수했던 프리미엄 소주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인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소주는 증류식 소주 '여울'이다. 위스키, 증류식 소주 등 증류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롯데칠성이 또 한 번의 도전을 선언했다.
커진 증류식 소주 시장‧믹솔로지 트렌드 겨냥
롯데칠성은 25일 여울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여울은 국산 쌀로 만든 증류식 소주로, 알코올 도수는 25도, 용량은 375㎖인 제품이다.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에서 증류하는 '감압 증류법'으로 만든 술로, 이날부터 식당과 대형마트 등 전 채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칠성은 증류식 소주가 떠오르기 시작하던 2016년 '대장부25'를 출시하고, 당시 광주요그룹의 '화요'와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가 양분하고 있던 프리미엄 소주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롯데칠성은 공용병을 사용해 가격대를 낮춘 '대장부21'과 '대장부23'까지 출시하면서 라인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5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처음처럼 등 자사의 대표 제품에 주력해왔다.
이미 대장부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롯데칠성이 다시 재도전을 하게 된 것은 프리미엄 소주 시장이 예전보다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고급 주류'를 표방하며 화요가 열어젖힌 증류식 소주 시장에는 중장년뿐 아니라 2030세대까지 발을 들였다. 이 배경에는 MZ세대에게 인기를 끈 '힙한' 술들이 있었다. 박재범의 '원소주' 열풍이 불었고, 토끼소주, 독도소주 등 증류식 소주가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으며 선방했다. 기존의 강자인 화요와 일품진로도 판매량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믹솔로지(술과 음료 등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드는 음료나 문화)'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증류식 소주의 수요는 위스키와 함께 늘어났다. 2011년 100억원대에 그쳤던 증류식 소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7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 이어 '여울'…'소주 자신감' 발휘될까
특히 롯데칠성은 '소주'에 자신감이 있다. 2022년 9월 출시된 새로는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병을 달성했고, 약 1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메가 브랜드'로 등극했다. 새로는 롯데칠성의 소주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제로 트렌드'를 선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최근 롯데칠성은 주류 신사업을 담당할 별도의 조직을 새로 만들고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트렌드'를 신속하게 반영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이 여울을 내놓으면서 '다양한 용도'를 강조한 것도 믹솔로지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위스키나 증류식 소주 등 증류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다양한 용도로 음용 가능한 여울을 선보이게 됐다"며 "희석식 소주인 처음처럼과 새로에 이어 증류식 소주로 소주 라인업을 확대해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기호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묵직한 모습의 대장부와 달리, 새로를 떠올리게 하는 투명한 병과 차별화된 물결 패턴 등을 사용한 디자인이 젊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여울이 일품진로, 화요와 같은 '감압식 증류주'로 출시된 만큼, 소비자들이 여울의 정체성과 맛에 얼마나 차별점을 느끼는지에 따라 재도전 성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증류식 소주 시장 경쟁은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화요는 '화요53 청룡 에디션' 등을 출시하면서 '한정판'에도 방점을 찍었고, 하이트진로는 일품진로와 '일품진로 오크43'에 술잔이 포함된 선물세트를 기획해 내놓으면서 젊은 층과 중장년층을 모두 겨냥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좋은 술을 즐기려는 문화가 확산된 데다, 최근의 '믹솔로지' 트렌드도 제품 출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전보다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 다양한 증류주 제품이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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