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술, 먹방, 다이어트가 주범…통풍 환자 젊어진다

문세영 기자 2024. 1. 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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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병원
잘못된 식습관으로 젊은 통풍 환자가 늘고 있다. JV_LJS/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 환자가 20~30대에서 급증하고 있다. 혼술, 먹방 등 MZ세대의 식문화와 과도한 다이어트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통풍은 ‘요산’이라는 물질이 몸속에 과다하게 쌓여 발생한 요산염이 관절과 주위 연부조직에 침착되는 병이다. 요산은 소변으로 나오는 산성물질이라는 뜻으로 고기나 생선에 많이 든 아미노산 ‘퓨린’이 에너지로 쓰이고 찌꺼기 형태로 남는 물질이다. 

통풍은 40~50대 남성의 대표질환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들어 20~30대 환자가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2022년 통계자료를 보면 국내 통풍 진료 환자는 2018년 43만953명에서 2022년 50만9699명으로 18.3%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48.5%, 30대 26.7%, 40대 22.6%, 60대 17.1%, 50대 6.9%, 70대 3.8% 순으로 젊은층의 증가폭이 컸다. 

송정수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최근 들어 진료실을 찾은 통풍 환자 중 20~30대가 늘고 있다”며 “젊은층의 변화된 식습관과 음주,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이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배달음식, 혼합술 등 혈중 요산 농도 높여 

과식을 유도하는 먹방, 배달음식, 혼술 등이 통풍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송 교수는 “젊은층에서 치킨, 고기류 등의 배달음식과 소맥, 치맥, 하이볼, 혼술 등의 섭취가 늘고 신체활동은 줄었다”며 “고지방, 고단백 위주의 음식 섭취가 늘어 비만이 증가한 것이 통풍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술안주나 야식 등으로 먹는 음식에는 퓨린이 많이 들어있다. 맥주를 비롯한 알코올도 마찬가지다. 과일주스나 탄산음료 등 과당이 높은 음료도 혈중 요산 농도를 높여 통풍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혼합술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송 교수는 “MZ세대 중심으로 유행하는 하이볼, 맥사(맥주와 사이다), 막맥(막걸리와 맥주), 소맥, 칵테일과 같은 혼합술은 알코올로 몸을 산성으로 만들어 요산 배출을 방해할 뿐 아니라 탄산과 과당이 들어 혈중 요산 농도를 과다하게 높인다”며 “혼합술은 통풍 발작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정수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가 통풍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 과도한 운동, 다이어트도 통풍 유발 

비만을 예방하거나 개선하려면 체중 조절이 필요하지만 극심한 다이어트와 심한 운동은 오히려 통풍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단식은 요산이 관절에 달라붙어 심한 관절통이 생기거나 혈중 요산 농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원인이 된다. 

근력을 키운다고 닭가슴살, 육류, 생선 등 단백질을 과잉 섭취해도 통풍에 걸릴 수 있다. 성인에게 필요한 하루 단백질량은 체중 1kg당 0.8~1g 정도로 체중 70kg인 성인 남성 기준 56~70g 수준이다. 

단백질만 과잉 섭취하게 되면 단백질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단백질 찌꺼기인 요산이 과다하게 생성된다.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요산이 나트륨과 만나 결정화된 요산염이 염증 반응과 통증을 유발해 통풍으로 이어진다. 

과격한 운동 자체도 문제가 된다. 송 교수는 “너무 과격하고 심한 운동을 하면 몸속에 있는 세포가 많이 깨지면서 세포 안에 있는 요산이 올라가서 통풍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며 “너무 심한 운동은 삼가하고 고단백질 음식만 편식하는 식단은 바꾸는 게 좋다”고 말했다. 

통풍은 남성에게 주로 생기지만 여성도 폐경기 이후에는 통풍 발생률이 남성 수준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폐경 전까지 배출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은 요산 배출을 강력하게 촉진한다. 폐경 후에는 에스트로젠이 나오지 않아 혈중 요산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통풍 환자는 아스피린 복용도 주의해야 한다. 100mg 저용량 아스피린은 요산 배출을 감소시켜 혈청 요산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통풍 환자 중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은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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