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버스 타보고 감동한 시각 장애인…"내 속도 인정받아"
도시마다 조금씩 차이…"유도음 대신 점자만 있기도"
기사에게 '실수해도 괜찮다, 불안해하지 마' 느끼기도
원샷한솔, "한국에도 이런 문화 있으면 좋겠다"
[서울=뉴시스] 이아름 리포터 = 구독자 76만명을 보유한 한국 시각장애인 유튜버 김한솔(30)이 미국의 버스 시스템과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감동했다.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은 지난 19일 '와..이런 일을 겪다니…지금 제가 잘못 들은 건가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원샷한솔의 운영자 김한솔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그곳에는 버스 도착 정보를 오디오로 들을 수 있는 버튼이 설치돼 있었다. 버튼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 있었고, 누르자마자 곧 도착하는 버스의 목적지와 번호가 음성으로 나왔다.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버스를 이용한 적 있는 그는 "미국도 도시마다 차이가 있다. 시카고에서는 소리가 나고 워싱턴에서는 점자로 돼 있다. 둘 다 될 수는 없는 거냐"며 "한국에도 (점자블록과 유도음, 점자가) 있으면 더 좋겠다"고 설명했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에게 경고지점, 목적지점 등 보행상의 정보를 제공하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이다. 지난 11월 서울에서 점자블록이 필요한 곳 1만여 곳 중 350여 곳 볼록이 미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블록이 닳아 읽을 수 없거나, 선형으로 돼 있는 직진 표시 블록 앞에 차도가 있는 등의 관리 부실로 지적받기도 했다.
미국 시내버스의 놀라운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류장에 정차할 때마다 차량의 앞부분에서 버스의 번호와 목적지가 음성으로 나왔다. 그는 "버스 머리 쪽에서 '몇 번 어디행'인지 소리가 난다. 근데 내가 저기 서 있다가 그 소리를 놓쳤다. 근데 다행히 소리가 나는 곳을 쫓아갈 수 있었다"며 "덕분에 타는 곳 위치 찾는 게 쉽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가 기다린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를 타려고 지팡이를 여기저기 짚는 그의 모습을 본 운전기사는 "54번"이라고 알려주며 버스의 높낮이를 낮췄다. 황급히 버스에 오른 그는 주머니에서 카드를 찾으면서 기사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부탁했고, 기사는 "천천히 해도 된다. 카드 안 찍고 타도 된다"고 친절히 응대했다. 또 그의 동승자에게 "안쪽으로 가서 (김한솔이 앉을) 의자를 내려달라"고 안내했다.
장애인석에 앉은 김한솔은 "나만 한국 버스에 적응이 돼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다급하다. '카드 빨리 꺼내지 않고, 빨리 안 앉으면 기사님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죄송해요가 입에 붙었다"며 "지금 설명 듣고 시각장애인도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 버스 타는 게 이렇게 마음 편한 적은 처음이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버스 내부 장애인석 창문 쪽에 길게 설치된 '하차줄'을 설명했다. 하차줄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앉아서 쉽게 하차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설치된 하차벨이다. 직접 하차줄을 당기며 시범을 보인 그는 "소리 난다. 줄로 돼 있어서 어딜 잡아도 벨이다. 너무 편하다. 최고다"고 극찬했다.
또 버스를 내릴 때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마음 편하게 내렸다. '빨리 안 내리면 어떡하지' 또 이 생각 했는데 계속 기다려줬다"며 "한국에서는 빨리 안 내리면 '아 뭐해요! 빨리빨리 내려요!' 이런 말이 익숙한데. 이렇게 천천히 기다려 주냐? 버스가 이렇게 쉬운 거였나"라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이게 말이 되냐. 나 혼자 불안해하고 있었다. 근데 기사님은 여유로운 그 말투 속에서 친절함이 있었다. 그 태도는 '실수해도 괜찮아', '불안해하지 마'와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내 속도를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문화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우리나라가 하도 급하고 욱하고 격하다 보니 그것이 정상인 줄 알고 살고 있는 것 같다", "나도 한국에서 지내면서 강제당했던 빠름과 서두름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안 좋은 생각까지 했다", "우리는 버스 딜레이되면 시민들 민원이 많아져서 기사님한테 불이익이 가니까 다들 정시 맞추려고 기다리지 않는 것 같다", "한국 버스는 장애인을 떠나서 너무 뭐라 한다. 예전에 다리 다쳐서 붕대 감고 탄 적 있는데 천천히 올라탔더니 기사님이 뭐라 하고, 다른 사람들도 눈치 주더라"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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