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하게 저물자” 겁없어진 아이유, 팬들에게 바치는 사랑시[뮤직와치]
[뉴스엔 황혜진 기자]
"나와 함께 겁 없이 저물어줄래?"
1월 24일 아이유 신곡 'Love wins all'(러브 윈즈 올)이 공개됐다. 이번 싱글은 아이유가 연내 총 5곡을 수록해 발매 예정인 새 앨범 선공개곡이다.
신곡 발표는 2년 1개월 만이다. 아이유는 2021년 12월 총 5곡을 담은 소품집 '조각집' 이후 두 편의 영화에 출연하는 등 가수 아이유보다 배우 이지은으로서의 행보에 집중했다. 코레에다 히로카즈, 배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등과 합을 맞춘 영화 '브로커'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생애 첫 레드카펫을 밟는가 하면 제27회 춘사국제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가수 아이유의 귀환을 바라는 음악 팬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 차트 개편 후 여성 아티스트 최초 첫 1위 진입, 아이유의 힘
'Love wins all'은 미니멀하고 빈티지한 피아노 인트로로 시작돼 맥시멈한 아웃트로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기승전결을 자랑하는 발라드 트랙이다. 잔잔한 도입부를 거쳐 휘몰아치는 후반부까지 지루할 틈 없는 아이유의 섬세한 보컬, 장대한 심포니를 떠올리게 하는 악기 구성이 청자들의 감정을 여지없이 끌어올린다.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번 신곡에 대해 "'비밀', '이름에게', 'Love poem'(러브 포엠), '아이와 나의 바다' 등 아이유의 대곡 발라드 시리즈를 잇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짧지 않은 기다림 끝 발매된 신곡인 만큼 어김없이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24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이번 싱글은 멜론과 지니, 벅스 등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했다. 특히 2021년 8월 멜론 차트 개편 후 여자 가수 중 최초로 발매 1시간 만에 멜론 메인 차트 TOP 100(톱 백)에 1위로 진입하며 아이유의 독보적 음원 파워를 방증했다.
국경을 넘어 세계 각국에서도 뜨겁게 사랑받고 있다. 'Love wins all'은 홍콩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핀란드, 체코, 카자흐스탄 등 전 세계 23개 지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정상에 올랐다.
▲ "나와 함께 겁 없이 저물어줄래?" 데뷔 16주년에도 '유애나의 가수' 아이유
'Love wins all'은 아이유가 유애나(아이유 공식 팬덤명)들을 위해 성심껏 써 내려간 하나의 사랑시다. 메시지적으로 2019년 발매한 미니 앨범 5집 'Love poem'(러브 포엠) 수록곡 'Love poem', 2021년 3월 공개한 정규 5집 'LILAC'(라일락) 수록곡 '에필로그', 2021년 12월 발표한 '조각집' 수록곡 '러브레터' 등과 궤를 같이 하는 것.
"Singing till the end 멈추지 않아 이 노래/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있을게"라고 약속한 'Love poem'의 화자 아이유는 '에필로그'에서 "우릴 위해 불렀던 지나간 노래들이/여전히 위로가 되는지/당신이 그렇다고 대답해준다면/그것만으로도 끄덕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오 충분히 의미 있지요"라며 30대에도 20대와 마찬가지로 가수 아이유로서의 발걸음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랑하는 팬들에 대한 진심을 눌러쓴 '러브레터'를 통해 "어디보다 그대 안에 나 머물러 있다오"라고 팬들을 다독였다.
신곡 'Love wins all'에서는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함께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준 팬들에게 "유영하듯 떠오른 그날 그 밤처럼 나와 함께 겁 없이 저물어줄래"라고 고백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 나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든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 세상에게 받았던 많은 시들처럼 나도 진심 어린 사랑시들을 부지런히 쓸 것"이라는 5년 전 아이유의 다짐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음원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에도 끝까지 사랑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아이유의 의지가 담겼다. 뮤직비디오 속 아이유는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뷔와 함께 자신들을 집요하게 쫓는 '네모'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애틋한 행복을 만끽한다. 말하지 못하는 아이유, 왼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뷔의 디스토피아 세계관 생존기로 보이는 이번 뮤직비디오는 공개 후 각양각색 해석을 불러왔다.
일각에서는 일상 속 만연한 각종 억압과 차별을 받는 주인공을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으로 설정한 듯한 얄팍하고 납작한 연출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눈이 보이지 않거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인물이 은유적 설정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지대한 영향력을 지닌 대중 아티스트이자 창작자로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고려하며 한결 신중히 접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뭇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한쪽 눈에 백색 렌즈를 착용한 뷔는 사랑에 눈이 먼 팬을 상징하고, 입술에 걸려 있는 작은 체인으로 인해 세상과 온전히 소통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유는 청각 이상으로 인해 노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실제 아이유를 연상시킨다는 의견이다. 앞서 아이유는 2022년 9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최한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에서 2021년부터 귀에 문제가 생겨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 같은 해석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네모는 아이유에게 무분별한 악플을 내뱉는 안티 세력으로 보인다. 끝끝내 뷔의 나머지 한쪽 눈마저 자신의 손으로 가리고 네모에 강건히 맞서는 아이유의 모습은 팬들을 위해 부단히 사랑시를 짓고 끝까지 노래하겠다는 가수 아이유의 의지를 구현한 셈이다.
18일 0시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된 트랙 인트로를 되새기면 아이유가 신곡 'Love wins all'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진의가 선명해진다. 아이유는 직접 작성한 트랙 인트로를 통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나의 팬들에게 바치는 곡이다. 느닷없이 큰 사랑을 받으며 하루아침에 인생이 달라졌던 열여덟 살부터 지금까지 저무는 일에 대해 하루도 상상하지 않은 날이 없다. 막연히 외롭고 무섭고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매일매일 십몇 년을 생각했더니 그것에 대한 태도도 조금씩 달라지더라. 지금은 별로 무섭지 않다. 그 순간 아쉬움이 더 크거나 외로울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그리 가까울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가수라는 직업을 대하는 아이유의 태도를 변화시킨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을 지켜 준 팬들이었다. 아이유는 "비관적이고 걱정 많은 아이였던 내가 그사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렇게 근근이 이어져 온 십몇 년 동안 지치지도 않고 매일 날 안심시켜 준 누군가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 덕분에, 생각해 보면 난 아이유로 살며 단 한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 번도 나를 혼자 둔 적 없는 내 부지런한 팬들에게. 어쩌면 타고나기를 악건성 타입인 내 마음속에 끝없이 사랑을 길러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번번이 내 곁을 선택해 주어 정말 고맙다는 말도. 당신들이 내게 그래주었듯 나도 당신들의 떠오름과 저묾의 순간에 함께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 옆에서 '무섭지 않아. 우리 제일 근사하게 저물자'라고 말해주는 사람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2008년 첫 미니 앨범 'Lost And Found'(로스트 앤 파운드)로 데뷔한 이래 각종 안티와 악플을 겪은 아이유에게 고통과 눈물의 나날이 없었을 리 만무하다. 근래에도 아이유는 A씨가 제기한 근거 없는 억지 표절 의혹(저작권법 위반 혐의)으로 경찰에 고발당했다가 각하(고발 요건을 갖추지 못해 판단 없이 종료되는 일) 결정을 받았다. 이에 아이유는 지난해 10월 A씨 포함 비방을 일삼는 무리를 서울 강남 경찰서에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간첩 루머와 성희롱, 살해 협박 등 정신적 폭력에 시달렸다.
아이유 소속사 측은 악성 게시물에 대한 증거 자료 수집 및 보완,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공식 이메일 계정을 통해 팬들의 제보 역시 꾸준히 받고 있다. 소속사 측은 "아이유와 유애나가 함께 걸어갈 그 길이 빈틈없는 행복으로 오래오래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데뷔 16주년에 접어든 아이유는 갖은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는 세상에서도 '유애나의 가수'를 자청한 모양새다. 그는 신곡 트랙 인트로를 통해 "누군가는 지금을 대혐오의 시대라 한다. 분명 사랑이 만연한 때는 아닌 듯하다. 눈에 띄는 적의와 무관심으로 점점 더 추워지는 잿빛의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무기로 승리를 바라는 것이 가끔은 터무니없는 일로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바로 미움은 기세가 좋은 순간에서조차 늘 혼자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도망치고 부서지고 저물어가면서도 사랑은 지독히 함께다.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사랑하기를 방해하는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Love wins all'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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