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정부 출범 50여일만…아르헨, ‘개혁안 반발’ 대규모 총파업

최서은 기자 2024. 1. 25. 16: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노동조합들이 총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행정부가 출범한 지 50여일 만에 정부의 급격한 개혁안 추진에 반발한 노동단체들이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2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주요 노동자 단체들은 이날 12시간 동안 공동 총파업을 벌였다. 이는 2019년 5월 이후 5년 만에 열린 대규모 총파업이자 1983년 민주화 이후 취임한 대통령 임기 중 가장 단기간에 발생한 것이다.

이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집회가 열렸고, 수만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다. 운송·교사·은행·의료·언론·공무원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노동자들을 비롯해 환경운동가, 장애인 인권 활동가, 퇴직자, 세입자, 예술가, 학생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 수는 노조 추산으로 전국 150만명에 달한다. 아르헨티나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해외에서도 연대 시위가 열렸다.

자칭 ‘무정부 자본주의자’인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급진적 개혁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366개 규제를 한꺼번에 철폐한 ‘메가 대통령령’과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 등 1000개에 달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공공지출 대폭 삭감, 공기업 민영화, 정부부처 폐지, 대통령 권한 강화 등이 담겼다. 또 퇴직금·출산휴가 감축, 쉬운 해고, 파업권 제한 등 노동자 권리를 축소하는 정책안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노동권을 제한하는 법령에 제동을 걸면서 일부 대통령령은 일단 보류됐지만, 정부는 항소 방침을 밝힌 상태다. 또 일부 조항을 수정한 옴니버스 법안도 의회에 제출됐다.

노동단체들은 정부의 이같은 개혁안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나라를 팔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 곳곳을 행진했다. 트럭운전 노조 지도부인 파블로 모야노는 로이터통신에 “정부의 노동개혁은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CNN에 “이것은 내가 자손들과 조국의 미래를 위해 원하는 아르헨티나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이번 파업으로 전국의 많은 학교와 기업,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수백 편의 항공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나 정부는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마누엘 아도르니 대통령 대변인은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국가를 막고 반민주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과는 대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트리시아 불리치 치안장관은 이번 파업을 두고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선택한 변화를 막으려는 ‘마피아’들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피아 같은 노조원, 빈곤에 빠트린 책임자들, 부패한 법조인과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향유하기 위해 밀레이 대통령의 결단력 있는 변화에 저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집권 후 물가 대응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더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0년 만에 최고 수준인 211.4%까지 뛰어올라 초인플레이션으로 경제 붕괴 직전 상황까지 내몰린 베네수엘라보다 현재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달 만에 식비는 30% 가량 올랐고, 교통비·연료비 부담도 급증했다.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는 달러 대비 50% 이상 폭락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밀레이 정부의 지지율은 50% 이상으로 대체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윌슨센터의 중남미 프로그램 책임자 벤자민 게단은 이에 대해 “밀레이 정부에 대한 전폭적 지지라기보다는 페론주의에 대한 거부”라면서 “그러나 밀레이 정부가 너무 빠르고 극단적으로 움직이면서 반대파에게 많은 무기를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가 국민을 계속 이끌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번 파업이 그에게 실존적 위협은 아니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의 신호탄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국가를 건 ‘도박’…‘미지의 세계’에 빠진 아르헨티나의 미래는?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62533?type=journalists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