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콜 종합] HBM3·DDR5 효과…SK하이닉스, 1년 만에 턴어라운드
"레거시 메모리 감산 유지…보수적 투자 기조 속 HBM 등 투자 집중"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이 본격화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1년여 만에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주력 제품인 DDR5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수익 제품의 매출이 늘면서 실적 반전을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레거시(구형) 메모리 감산 체제는 유지하되,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HBM 생산능력은 2배 늘리기로 했다. 우선순위를 고려한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성장과 재무 건전성의 균형을 확보해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 DDR5·HBM3 매출 전년比 각각 4~5배↑…메모리 시장 환경 개선 본격화
SK하이닉스는 2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4분기 적자를 낸 이후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동안 누적된 적자 규모는 10조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인공지능(AI) 서버와 모바일향 제품 수요가 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는 등 메모리 시장 환경이 개선됐다"며 "이와 함께 그동안 지속해 온 수익성 중심 경영활동이 효과를 내면서 1년 만에 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32조7657억원, 영업손실 7조7303억원(영업손실률 24%), 순손실 9조 1375억원(순손실률 28%)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주력 제품인 DDR5와 HBM3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업황 반등이 늦어지는 낸드(NAND)에서는 투자와 비용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장기간 이어져 온 다운턴(하강국면)에서도 회사는 AI 메모리 등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며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과 함께 실적 반등을 본격화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아 변화를 선도하고 고객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성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생산 확대…HBM 생산능력 2배↑
올해 SK하이닉스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늘리며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HBM 생산 능력은 올해 2배 늘리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HBM3E 제품은 고객 수요 일정에 맞춰 양산 준비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고, 상반기 중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다양한 HBM 제품으로 고객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인공지능(AI) 시장의 리딩 플레이어뿐 아니라 앞으로 큰 비중을 차지할 클라우드서비스 프로바이더(CSP), AI 칩셋 공급자 등 잠재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수요 가시성 확보하에 올해 HBM 생산능력(CAPA) 투자를 2배 확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고성능 D램 수요 증가 흐름에 맞춰 AI용 메모리인 HBM3E 양산과 HBM4 개발을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아울러 서버와 모바일 시장에 DDR5, LPDDR5T 등 고성능, 고용량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기로 했다. 또 회사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AI향 서버 수요와 온디바이스(on-device) AI 응용 확산을 대비해 고용량 서버용 모듈 MCRDIMM과 고성능 모바일 모듈 LPCAMM2 준비도 철저히 해 기술 리더십을 지켜간다는 계획이다.
MCRDIMM은 여러 개의 D램이 기판에 결합된 모듈 제품이다. 모듈의 기본 정보처리 동작 단위인 랭크(Rank) 2개가 동시 작동돼 속도가 향상된다. LPCAMM2는 LPDDR5X 기반의 모듈 솔루션 제품이다. 기존 DDR5 SODIMM 2개를 LPCAMM2 1개로 대체하는 성능 효과가 있다. 공간을 절약하면서도 저전력, 고성능의 특성이 있다.
낸드의 경우, 회사는 eSSD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HBM 시장은 속도, 발열제어, 파워 등 전반적인 제품 특성뿐 아니라 고객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과 어드밴스드(첨단) 패키징과 같은 신규 기술에 대한 대응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난도 높은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지난 10년간 축적된 제품 개발 양산 경험에 더해 고객 피드백을 HBM 사업 전반에 반영해 왔다"며 "이를 통해 제품의 개별 특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고객의 요구를 포함할 수 있는 업계 선두 업체가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AI 시대가 본격화하며 HBM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HBM은 AI, 딥러닝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다. 최근 챗봇, CSP 업체가 기존 플랫폼과의 결합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온디바이스 등으로 HBM 배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AI 도입과 개인의 AI 수용도 증가로 HBM 수요 증가세는 보다 명확해 보인다"며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60% 정도 수요 성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상용화 수준과 신규 응용처 확대로 추가적인 성장 잠재력을 포함하면 수요 성장률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에측했다.
◇"올해 레거시 메모리 감산·보수적 투자 기조 유지"
SK하이닉스는 올해도 레거시(구형) 메모리 제품 감산을 유지하기로 했다. 신규 투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과 필수 인프라 등 우선순위를 고려한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한다. 투자비용 증가는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 방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지난해 내내 보수적인 생산 기조를 유지해 왔고, 그 결과 지난 3분기부터 판매량이 생산량을 상회하면서 하반기 재고 수준 개선세가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또, "올해도 재고 정상화 시점까지 계속 보수적인 생산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D램의 경우 상반기 중, 낸드(NAND)는 하반기 중 (재고가) 정상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에는 수요 둔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설비투자(CAPEX)를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해 투자를 진행했다"며 "과거 투자 수준을 고려하면 AI향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필수 투자를 제외한 전 영역에서 투자비를 대폭 축소한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올해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작년 대비 높은 메모리 수요 증가율이 예상되지만,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철저히 고객 수요에 기반해 가시성이 확보된 제품의 생산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신할 수 있는 제한된 영역에 투자를 집중해서 과거처럼 투자 증가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되지 않도록 할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올해 투자는 AI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선단(첨단) 공정 제품 양산을 확대하거나 필수 인프라에 투자하는 등 우선순위를 고려해 투자하고, 증가분은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이후 투자 방향성도 미래 성장에 대한 인프라 준비는 선제적으로 진행하겠지만, 성장과 재무 구조 개선 간 적정한 밸런스(균형)을 확보하면서 투자 수준을 결정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2022년 말부터 업계에서 진행된 감산은 재고가 많은 저수익 레거시 제품 위주로 진행됐고, 이들 제품의 재고가 충분히 소진되고 수익성이 보장되는 가격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감산이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공급이 부족한 고성능, 고용량의 DDR5, HBM 등은 생산을 늘려 고객 요구에 대응하겠지만, 수요가 적고 재고 소진이 필요한 부분은 감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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