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주민 “2010년 이후 13년 만에 또다시 생존 위협”
“13년이 지난 지금도 피난 매뉴얼조차 없어”
“합동참모본부의 서해안 상설해상사격훈련 계획이 먼저인지 북의 포사격훈련이 먼저인지 저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또다시 서해5도(연평·백령·대청·소청·우도) 주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는 겁니다.”
연평도 어민 박태원 씨는 25일 오전 서울 변호사회관에서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씨는 서해 기상 악화로 참석하지 못하고 서면으로 발언문을 제출했다.
그는 발언문에서 “연평도 포격 당시 작은 어선을 타고 알아서 피난해야 했는데 13년이 지난 지금도 피난 매뉴얼조차 없다는 현실에 암담할 따름”이라며 “접경지역 주민에게 최고의 주민 보호 태세는 바로 한반도의 평화”라고 강조했다.
다른 접경지역 주민도 남북, 북·미 사이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가운데 9·19 군사 합의마저 무력화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데 따른 불안감을 전했다.
강원 철원군에 사는 농민 김용빈씨는 “민간인통제선 군사지역을 넘나드는 농민들은 군사 충돌 같은 비상시 긴급하게 철수를 요청받거나 영농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요즘 군 차량이나 군 이동 병력을 보면 예전과 다르게 ‘어떤 군사작전이 시작되나’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19 군사합의 파기 이후 완충 지역이 사라지면서 남북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군사합의 무효화와 한·미·일 군사훈련이 과연 정권과 전쟁을 위한 것인지, 국민과 평화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접경지역 주민과 참여연대 등 10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연석회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남북 모두 9·19 군사합의 정신으로 돌아가 무력 충돌 방지와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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