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강성희에 과잉대응" 與 "자매정당처럼 발언말라"

김진표 국회의장이 25일 오후 국회 본회이에서 '강성희 의원 강제퇴장 사건' 관련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놓지 않고 십수초 간 정치 발언·구호를 이어가다가 강제퇴장 당한 강성희 진보당 의원 사건에 관해 김진표(사진) 국회의장이 "대통령 경호원들의 과도한 대응"을 지적하자 여당이 반발했다.

김 의장은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실 과잉 경호 논란 관련 "대한민국 국회의원과 대통령 경호처 경호원들 사이에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며 "경호원들의 과도한 대응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 기관"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국정운영의 파트너인데도 서로를 배타적으로 적대하는 정치문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국회도 정부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고 정부도 국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본회의 현장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유를 보내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 측에 "경청하라"고 지적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슨 경청이냐"고 고성을 냈다.

강 의원도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이제라도 제가 아닌 국민에게 사과하라"며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입을 막은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을 막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 한 마디를 못한다면 300명이나 되는 의원의 존재 이유는 대체 무엇이냐"며 "저는 대통령께 국민들이 하고 싶었던 말의 100분의 1도 전하지 못했지만 나라를 책임지는 최고 지도자라면 국민들 하소연에 등을 토닥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의 그 기대가 과도했냐"고 따졌다.

강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은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서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등 감세 규모가 6년 간 89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진심으로 부탁 드린다.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의장 발언에 정치편향이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특정 정당을 중심으로 소위 말해 (민주당과 진보당 간) '자매 정당'의 입장에서 국회의장이 나서서 발언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를 지키는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김 의장의 입장표명은 유감"이라고 논평을 냈다.

그는 "국회의장은 특정 정당이 아닌 국회의 대표"라며 "의원 한사람 한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라고 해서 일탈적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강 의원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했다. 국회의원이란 헌법기관의 본분에 걸맞은 품격과 예의를 갖췄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국회와 정부 상호 간 예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극단의 정치, 분열의 정치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