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찾은 세계은행총재 “한국은 개도국 도울 지식·능력의 요새”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25일 “한국은 50~60년 전 폐허에서 벗어나 빈곤과 외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한 나라”라고 말했다.
이날 방가 총재는 서울 동대문구 글로벌지식협력단지 내 경제발전관을 방문해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한 지식과 능력의 요새”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제 카드 업체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방가 총재는 세계은행 총재로서는 5년 만에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했다. 방가 총재는 전날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원조를 받는 저소득국에서 원조를 해주는 고소득국으로 한 세대 만에 도약한 모범 사례”라고 한 바 있다. 최근 세계은행은 한국을 투자 촉진에 성공한 나라 중 한 곳으로 꼽으며 “거시 경제 안정화와 구조 개혁 등을 통해 1985~1996년, 1999~2007년 연평균 투자 증가율이 9.2%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방가 총재는 글로벌지식협력단지 강동수 단장에게 6·25전쟁 이후 한국이 1960~198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경공업으로 시작해 중화학공업, 제조업 중심 국가로 성장한 역사를 들었다. 방가 총재는 “삼성, LG, 현대, SK 등은 위대한 (한국) 기업들”이라며 “이 기업들 제품은 (전 세계)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가 총재는 “한국 기업이 다른 기업들의 기술을 단순히 복제하는 데서 시작해 자체 혁신 등을 통해 최첨단 기술로 발전시켜 나간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고 했다.
방가 총재는 1997년 외환 위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1996년 시티은행 아시아 지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외환 위기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당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벌였다는 말에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 맞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방가 총재는 인공지능(AI) 등 한국의 첨단 IT(정보 기술)도 높게 평가했다. 방가 총재는 한국이 개발도상국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묻자 “농업 발전이 필요한 국가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국의 IT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은행과 기업들은 훌륭한 재무 상태와 인적 자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 신흥국 진출 시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가 총재는 현실 세계를 가상 세계에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시뮬레이션 하는 모습을 보며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재건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방가 총재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한국의 높은 성별 임금 격차가 원인의 하나일 수 있다”며 “출산 시 여성이 잘 보상받고, 그들이 떠났던 기간을 잃지 않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방가 총재는 “교육 등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나 경쟁적 문화에 가족이 힘들어지면 아이를 낳고 싶은 욕구는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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