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가 아동학대?…“한국 하교 시간 해외 보다 빨라”
정부가 정규수업 후 학교 돌봄을 확대하는 ‘늘봄학교’ 정책을 발표한 뒤 일각에서 ‘학교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은 아동학대’란 비판이 나오지만, 실제 현재 한국의 초등학교 정규수업 시간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들은 오후 1시에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 가정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학교에 아이들이 좀 더 머물 수 있다면 양육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른 오후에 학교를 떠나도 갈 곳은 학원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날 교육부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 내년에는 2학년 모두에게 정규수업 후 매일 2시간의 예체능, 정서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초등학교 1·2학년의 하교 시간은 오후 1∼2시인데, 프로그램 참여시 오후 3∼4시로 늦춰진다. 사실상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 현재보다 2시간 늦춰지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정책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아이들을 학교에 붙잡아두는 것은 아동학대”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창 뛰놀 시기에 학교에 갇힌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글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현재 초등학교 수업시간 자체가 해외보다 짧은 구조상 학교의 돌봄 확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1·2학년의 주당 수업시간은 23시간으로, 미국(30∼33시간), 캐나다(30시간) 등보다 7∼10시간 짧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의 1학년 하교 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라며 “4·5교시 후 하교하는 현재의 구조는 아동 발달단계에 따른 것이 아니고 과거 학교가 부족하던 시절에 오전반·오후반 식으로 운영하던 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3학년과 예비 초등생 자녀가 있는 정모(41)씨는 “하교 후 곧장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어차피 학원에 있어야 할 시간에 학교에서 맡아주겠다는 것인데 왜 아동학대라는 건지 모르겠다. 맞벌이가정이 아동학대범이란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론 노동시간이 줄어 아이를 빨리 볼 수 있어야겠지만 당장 변화가 어려우니 학교에서 좀 더 맡아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첫째는 1학년 때 돌봄교실 추첨에서 탈락해 매일 태권도장, 피아노학원 등을 2∼3곳씩 돌았는데 둘째는 그런 고민을 덜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늘봄학교가 최장 오후 8시까지 자녀를 맡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저녁까지 아이를 맡기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모든 학생이 오후 8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꼭 필요한 사람이 이용하게 한다는 것”이라며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데 학교에서 봐준다고 맡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녁돌봄 수요는 1% 정도지만, 자영업자나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긴 가정 등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며 “응급실이 야간 환자가 적다고 문을 닫지 않듯 필요한 소수를 위해 학교 문을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정책 시행으로 교사의 업무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순차적으로 학교에 업무 전담기구와 전담인력을 배치하겠다고 했지만, 교원단체들은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인력 배치 전까지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교육부가 명확히 해야 한다”며 늘봄학교 확대 시행에 반대해 오는 27일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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