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본 경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65일 농작물 작황 훤히 내다보는 비결
최근 투자자와 농업 관련 종사자에게 제공되는 농작물 작황 예측 정보는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투자 결정을 통해 곡물 시장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실제 최근 해외 옥수수 선물 시장에서는 한해 작황 예측 정보가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농작물이 자라는 동안 농경지 식생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기 때문에 각국은 인공위성을 통해 광범위한 지역을 주기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 농업부가 생산하는 정례 정보도 이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인공위성은 구름, 안개, 폭우 등 다양한 기상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날씨가 좋지 않은 경우 관측 대상 지역의 정보를 확보하는데 실패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식생 모니터링 분야에서 주기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면 정확한 예측 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위성영상 분석에서 사용되는 이미지퓨전(Image Fusion) 알고리즘은 식물에겐 꼭 필요하지만 위성 영상 촬영을 방해하는 구름과 비가 내렸을 때 발생할 ‘결측’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주기적으로 같은 곳을 촬영하는 시계열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농작물 작황과 산림 식생 모니터링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사실 같은 종류의 위성으로 같은 지역을 촬영해도 해당지역의 날씨에 따라 차이가 난다. 지표면을 가리는 구름의 존재 유무는 큰 영향을 미친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2021년 8월15일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센티널-2(Sentinel-2) 위성이 경기도 광릉숲 일대를 촬영한 사진에 이미지 퓨전 기술(오른쪽)을 적용했다. 알고리즘을 활용해 구름과 그림자로 생긴 이른바 ‘결측 영역’을 처리한 것이다.
이미지 퓨전은 미리 촬영해둔 위성 영상들과 새로 촬영한 영상을 결합해 촬영하지 못한 지역 영상을 확보하는 기술이다. 이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이렇게 날씨와 촬영 횟수 부족으로 발생한 결측 지대에 대한 선명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전자광학 위성 영상은 지표면에서 반사된 태양광의 세기를 센서가 감지한 신호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와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발표된 논문들에 따르면 지구 표면의 67%는 항상 구름으로 덮여있고 30% 영역만 구름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반도만 해도 연간 강수량의 약 63%가 여름철에 집중돼 있어 6월 하순부터 8월까지는 구름이 많은 흐린 날이 많다.
구름과 구름이 지표면에 만든 그림자는 지표면을 가리거나 충분한 빛이 반사되는 것을 방해한다. 이런 환경은 위성영상을 통해 지표면 정보와 지형 특성을 파악하는 데 제약이 되고 원격탐사 분야에서 아주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결측 영역을 복원하려면 해당 지역을 정확하게 탐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여러 연구 중 Fmask(Function of Mask·에프마스크) 알고리즘은 대표적인 기술로 손꼽힌다. 구름과 눈의 분광특성에 민감한 파장인 단파적외선(SWIR) 대역과 구름 온도가 주변 지표보다 낮은 성질을 바탕으로 열적외선(TIR) 대역을 활용하는 기술이자 위성영상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결측 영역 탐지 방식이다. 이미 성능이 오래 전에 입증돼 10년 넘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알고리즘은 랜드샛-8호와 센티넬-2호가 촬영한 전체 크기의 위성영상을 대상으로 개발된 것이다. 세부 영역에서는 결측을 탐지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정보가 탐지되며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또 결측 지역에서 탐지된 영역 주변에 여백(마진)을 두는 버퍼가 생겨서 실제 구름의 경계를 표현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딥러닝 기반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나라스페이스가 개발한 이미지 퓨전 알고리즘은 구름과 그림자로 발생한 결측 지역을 높은 정확도로 탐지하는 알고리즘을 포함하고 있어 영상에 나타난 결측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미국 지구감시 위성인 랜드샛-8호와 센티널-2호가 찍은 영상에서 Fmask알고리즘에서 나타나는 오탐지와 미탐지 문제를 극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Fmask로는 탐지되지 않은 결측 영역 정보가 정확하게 드러났다.
랜드샛-8호는 땅위에 있는 가로와 세로 각각 30m인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해상도 30m급 광학장치가 실려있다. 센티널-2호는 이보다 정밀한 해상도 10m를 보이는 위성카메라가 달려있다. 결측 지역을 정확히 촬영하는 일은 결측 복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분석팀은 센티널-2호 위성이 찍은 원본 영상과 이미지 퓨전 기술에 Fmask 알고리즘과 딥러닝 알고리즘을 각각 적용한 결과를 비교했다. 두 알고리즘을 적용한 결과 모두 센티널-2 영상에 나타난 결측 지역이 복원된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엔 차이가 나타났다. Fmask 알고리즘을 적용한 결과에선 구름으로 생겨난 결측을 복원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버퍼 효과’로 구름의 실제 경계가 나타나지 않아 어색한 부분들이 나타났다. 반면 딥러닝 방식의 결측 탐지 알고리즘을 적용한 영상에선 기존 정보도 잘 나타났고 결측 영역이 비교적 정밀하게 복원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지 퓨전은 위성 사진을 찍지 못한 날의 영상도 얻을 수 있다. 정지궤도 위성은 아주 높은 고도의 우주에 떠 있으면서 동일 지역을 지속해서 관측하지만 해상도가 떨어지는 반면 저궤도위성은 그보다 낮은 저궤도에서 높은 해상도 영상을 찍을 수 있다. 또 극궤도 위성은 재방문 주기가 긴 단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중간해상도이미징분광복사계(MODIS) 위성은 하루 한번꼴로 같은 지역을 찍을 수 있다. 이 탑재체는 가로와 세로 각각 500m를 한 점으로 인식한다. 영상의 재방문 주기가 짧은 편이지만 공간해상도가 500m로 떨어지다보니 지상의 대부분의 건물을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비해 랜드샛 위성은 가로세로 30m를 한 점으로 인식해 MODIS위성보다 해상도가 높다. 하지만 같은 지역을 촬영하는 주기가 16일에 한번 꼴이어서 1~2주 사이에 일어나는 변화를 감시하기 어렵다.
이미지 퓨전 기술을 활용하면 MODIS 위성과 랜드샛 위성 영상을 이용해 해상도가 30m인 위성영상을 훨씬 빠른 주기로 얻을 수 있다. 동일 지역을 자주 찍은 높은 공간 해상도 영상을 확보하는 방식처럼 위성영상을 촬영하지 않은 날에도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촬영하지 않은 기간 중 유실될 뻔한 정보를 보완하는 역할까지 해주기 때문에 작황 모니터링처럼 지속적인 관측이 필요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5일에 한 번꼴로 같은 지역을 해상도 10m로 촬영하는 센티널-2 위성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구름에 가려진 지상의 모습을 매일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기술로 해상도 10m보다 훨씬 정교한 영상을 하루 몇 차례 얻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미지 퓨전 기술은 위성이 날씨나 위성 성능과 운용 방식의 한계로 촬영하지 못한 영역을 복원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지리 공간 정보를 개선하고 환경 모니터링, 농업과 토지 관리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결측에 따른 정보 손실을 줄일 수 있어 의사 결정과 연구에도 중요한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하고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았다가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