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선 그은 한동훈 "제가 김건희 사과 요구한 적은 없다"

한예섭 기자 2024. 1. 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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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사퇴론'엔 韓 "대통령실 요구 없었다"…여당 지도부 "논의 없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명품가방 수수의혹 대응과 관련 "제가 사과를 요구한 적은 없다"며 당내 사과 요구 입장에 대해 일단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동료시민 눈높이 정치개혁 긴급좌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리스크', '김경율 사퇴론' 등 현안 관련 질문을 듣고 "제가 어제 말씀드린 건 제 입장이 변한 게 없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본인의 '기존 입장'이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 '사과도 필요하다'는 등의 입장을 말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묻자 "제가 (김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라며 "제가 드린 말씀 그대로만 이해해주시면 되겠다"고 했다.

명품가방 수수의혹과 관련해 당사자인 김 전 대표의 직접 사과를 주장해온 김경율 비대위원과는 일단 거리를 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앞서 '윤·한 갈등'이 불거지기 이전 시점에는 김 비대위원의 입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일관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 일각에서 김 비대위원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는 질의에 대해선 "제가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만 답했다. 그는 김 위원 등 '오는 총선에 출마하는 비대위원들이 위원직을 내려놓는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묻자 "그런 것도 (논의)해본 적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앞서 전날인 24일 출근길에서도 '김 비대위원의 사퇴가 현재 갈등 국면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질문에 "그런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답을 피한 바 있다. 이날 오전 당사 비대위원회의에 참석한 김 비대위원도 본인 거취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며 "(나는) 명랑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는 등 '마이 웨이'를 고수하는 태도를 보였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김 비대위원 거취 논란과 관련 "지도부 내에서도 사전회의서도 김 비대위원의 거취에 대해 논의하거나 얘기하거나 혹은 누가 발제하거나 한 적이 없다"며 "(거취 관련 보도들은 당 입장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박 대변인은 명품가방 수수의혹 등과 관련한 김 전 대표의 사과표명 등 소위 '김건희 리스크 후속조치'에 대해선 "(지도부 논의는) 없다"며 "대통령실에서 (진행) 하는 것을 기대하면서 저희도 지켜보고 있다"고만 답했다. 그는 '당 차원의 사과 요구는 없었나' 묻는 질문엔 "저희가 (대통령실 측에) 뭘 언제 어떻게 하라고 주문한 적이 있나" 되물으며 "(영부인 사과와 관련한) 구체적 주문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당정 갈등은 현재 봉합 수순으로 접어든 상태다. 이날 <동아일보>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서 오찬이나 만찬, 차담회(를 갖는) 등 다양한 형식의 일정이 검토되고 있다"며 "비대위가 구성됐으면 윤 대통령과 오·만찬을 할 수 있지만 그동안 '당이 용산에 예속돼 있다'는 등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거리를 두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아직 하지 않은 것이고 조만간 추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방송사와의 신년 대담 형식으로 국정 구상을 밝히면서, 영부인의 '명품백 논란'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담은 한국방송(KBS)이나 국정홍보처 한국정책방송원(KTV) 등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KBS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한 비대위원장이나 박 수석대변인이 이날 '사과 요구를 한 적 없다'고 한 것은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으로서는 용산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고, 대통령실의 대응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태도인 셈이다.

한편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부터 당사에서 비대위원회의와 정치개혁 좌담회를 연이어 진행하며 앞서 본인이 제안한 5가지 정치개혁 정책을 적극 강조했다. 특히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 정수 50인 축소' 제안에 대해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혐오를 기반으로 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수십 년간 바라는 걸 하겠다고 하는 게 포퓰리즘이라면 저는 기꺼이 포퓰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한 위원장은 "정치란 기본적으로 국민의 마음에 따르는 거다. 그걸 포퓰리즘이라고 하나", "정치개혁 하겠단 걸 포퓰리즘이라고 하는가"라고 되물으며 "민주당이 (정치개혁안에) 동의하든 안 하든 우리는 할 것이다. 진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재판지연 의원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 확정 시 지연기간 세비 전액 반납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자당 귀책 사유로 열린 재보궐 선거에 후보자 무공천 원칙 △국회의원 정수 250인으로 축소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금지 정책 등을 본인의 정치개혁 시리즈로 공언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해당 개혁안들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나 노웅래 의원 사례를 보면 (재판부가) 의원의 의정활동 때문에 재판을 계속 미뤄준다. 그럼 아무런 세비도 (반납하지 않고) 구속도 아니고 불구속 상태로 (신상을 유지한다)"며 민주당을 '정치개혁의 대상'으로 꼽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착석해 있다. 오른쪽은 김경율 비대위원.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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