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이 보고 있다"…허리띠 졸라매는 中지방정부

방성훈 2024. 1. 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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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재 중앙경제공작회의서 절약·검소 강조
중앙정부 최고 지도자들 "긴축 재정에 익숙해져야"
이례적 '시관' 비유도…자금지원 제한·부패척결 함의
증축 금지 및 온라인회의·카풀 장려 등 구체적 지시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지방정부가 불필요한 지출을 대폭 줄이고 있다. 공식 행사를 진행할 때 과거와 달리 호화스러운 장소를 이용하지 않을 뿐더러, 음식물을 낭비하는 일도 줄이고 있다.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지난달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주문한 영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1∼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지방정부 및 관료들을 상대로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검소함을 강조했다. 관료들의 업무와 관련해선 회의 시간과 횟수를 줄이고, 온라인 회의를 우선시하거나, 관공서 증축 금지, 공무원 카풀 장려 등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의 경제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동시에,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 2위인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 디플레이션 우려, 높은 청년 실업률 등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중국 경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루시 조교수는 “시관이라는 말을 쓴 것은 앞으로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상당 기간 근본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한다는 의미”라며 “즉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재정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방정부에 만연한 부패를 근절하겠다는 뜻도 함께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이 중국 경제를 끌어내린 부동산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서다. 시 주석은 집권 직후부터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며 과소비를 억제해 왔다.

유라시아 그룹의 도미니크 치우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출을 줄이는 것은 대중의 눈에 비친 (공산)당과 정부의 평판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고 지도자들이 긴축을 주문할 당시 ‘시관’(xigua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주목했다. 시관은 능력이 부족해 하는 일 없이 정부의 녹만 받아먹는 관료를 뜻한다.

그는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그러한 맥락에서 그러한 용어를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시 주석이 수년에 걸쳐 부정부패 단속 캠페인을 벌였음에도 관료집단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신중한 업무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절약해야 할 곳이 이 곳(부정부패)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앙정부로부터 3000만위안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은 프로젝트에는 다음달 1일부터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한 감시관 파견 또는 감시장비 설치가 의무화됐다.

일부 지방정부는 자발적 긴축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남부 대도시인 충칭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특별 감독관을 배치하고, 관내 꽃 장식이나 과일 등을 폐기하기로 했다. 충칭시는 이를 통해 예산의 7.2%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영기업 및 대학 등 정부와 연계된 기관들도 긴축에 동참하고 있다. 쓰촨공업기술대학은 여름철 에어컨 사용을 26℃ 이하로, 겨울철 난방 사용을 20℃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영기업들은 직원들의 해외 출장시 인원 및 기간을 축소하기로 했다.

중앙정부의 이같은 지침이 효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치우 애널리스트는 “경제 전망이 비관적으로 변해 지방정부는 공식 행사나 이벤트 등에 (예전처럼) 대규모 지출하는 것은 어렵다. 또 팬데믹과 부동산 침체로 이중 타격을 입어 이미 심각한 재정 부담을 겪고 있다”며 추가 긴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어 “공무원의 임금이 낮은 데다 승진은 뇌물에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가 관료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 공공 부문에서는 긴축을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앙정부의 지시가 오히려 지방정부 관료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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