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찾은 세계은행 총재 “인구·기후 문제 해결 위한 한국 역할 중요”
“과거에는 가난을 해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기후와 전염병에 취약한 나라들을 돕는 것도 세계은행의 역할이 됐어요.”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찾은 아제이 방가(65) 세계은행 총재는 강연회에서 세계은행의 비전을 소개하며 이렇게 운을 뗐다. 이날 방가 총재는 서울대생 60여 명, 고려대ㆍ연세대 등 타 대학에서 참석 등록한 학생 100여 명과 함께 대담 형식의 강연회를 열었다.
방가 총재는 코로나와 급격한 기후 변화 등을 거치며 세계은행의 지향점이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방가 총재는 “세계은행의 역할은 재정적 지원을 통해 빈곤, 기후 변화, 식량 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왔다”면서도 “코로나를 거치고 기후 변화 등에 맞닥뜨린 현실 속에서 이제는 인적 자원과 경제 정책, 교육, 건강 등을 위한 ‘지식 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의료, 재생에너지를 위한 투자는 계속 이어가겠다”면서도 “해결되지 못한 빈곤 문제들도 더욱 진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방가 총재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전 세계에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 중 하나로 ‘정신 건강’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방가 총재는 “어제(24일) 대통령을 만나 인구 문제와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면서 “인구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노력과 역할의 필요성도 언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인구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 배울 점”이라고도 했다.
방가 총재는 “한국은 세계은행의 중요한 공여국(供與國)으로서 꾸준한 경제성장을 보여주는 나라”라면서도 “미국이 전체의 70%, 일본은 8%, 중국은 5% 수준으로 세계은행에 기여하고 있는데, 모든 나라가 고르게 후원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먼 것이 세계은행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강연은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대담을 마친 후에는 참석한 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녹색 성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했고, 방가 총재는 “불평등이나 기후 변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녹색 성장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디지털화’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신용카드 회사 ‘마스터카드’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방가 총재는 지난 2023년 5월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돼 5년간의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방가 총재가 한국을 찾은 것은 세계은행 총재로서는 5년 반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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