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맞은 서울 학생인권조례···폐지 위기에 ‘학생 인권’ 뒤로 갈까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26일로 공포된 지 12년을 맞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을 ‘학생인권의 날’로 지정해 매년 기념하는데 정작 학생인권조례는 제정 이후 최대 난관을 겪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6일 서울시청 시민태평홀에서 제9회 서울 학생인권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학생인권조례는 성별과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학생들을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한 조례다. 서울은 2010년 전국에서 세 번째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019년 실시한 ‘제2차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2389명 중 초등학생 70.5%, 중학생 73.3%, 고등학생 68.3%가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 보장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중고등학교에서 학칙을 만들 때 학생 의견이 반영된다고 답한 비율은 67.3%에서 86.5%로 증가했고, 두발 자유가 실현됐다고 답한 비율도 56.9%에서 93.9%로 늘었다. 체벌을 경험한 학생 비율은 2015년 22.7%에서 2019년 6.3%로 감소했다.
현재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페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일부 보수단체가 청구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서울시의회에 발의되면서 폐지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후 정부가 학생인권조례의 ‘휴식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 등을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폐지 여론은 더욱 힘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의 책무성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해 학생인권조례를 보완하려 했으나 시의회는 폐지 절차를 강행했다. 폐지안은 지난해 말 법원이 효력을 정지시키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무산됐다.
올해에도 폐지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주민 발의 폐지안의 효력을 잠정 중단시켰지만, 시의회가 의원 발의 형태의 폐지안을 상정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지난해에도 서울시의회는 특위를 통해 의원 발의 폐지안을 상정하려 했다.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기존 폐지안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해직교사 특별채용 관련 재판 2심에서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실형을 받으면서 학생인권조례를 지키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초5~고3 학생 100명으로 구성된 학생참여단이 인권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들은 여전히 학교 현장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학생참여단은 학생과 교사가 모두 인권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고, 전문 강사가 차별 방지 정기교육을 해야 한다고도 제안하기로 했다. 교칙을 제·개정할 때 의견함 창구 또는 설문 등을 활성화해 학생 참여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낼 계획이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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