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늘봄학교’ 본격화되면 지자체 ‘돌봄 학교’ 어떻게 되나
정부가 초등생 종일 돌봄을 위한 ‘늘봄학교’를 올 1학기 본격화하면서 자치구 단위에서 운영해왔던 지역 돌봄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돌봄 공백을 메워 온 교사들의 고용 불안이 커지는 양상이다.
25일 전국돌봄서비스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 돌봄교사의 고용안정과 중구 직영 돌봄 유지를 촉구했다. 기간제 돌봄교사 등 8명은 구청장실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다 이날 오후 6시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들은 늘봄학교의 전국적 도입으로 ‘중구형 돌봄’의 지속성이 불투명해지면서 돌봄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날 정부는 초등학교 방과후교실과 돌봄 체계를 통합한 늘봄학교 대상을 올해 1학기 2000개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2026년 모든 초등생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 모든 초등학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생 돌봄이 가능해진다.
중구는 201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 내 돌봄교실과 방과후교실, 학교 밖 돌봄센터 등을 통한 초등생 ‘중구형 돌봄’을 직영으로 운영해 왔다. 1교실 2교사제와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으로 지역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교재비와 급식·간식 이용료가 전액 무료다.
그러나 2022년 구청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해당 제도 중단 방침을 밝혔다. 이에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늘봄학교 시행 전’까지만 운영하고 이후 교육청으로 제도 운영을 이관하기로 한 상태다.
제도가 시한부가 되면서 교사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졌다. 지난해부터 돌봄 교사를 1년 계약직 형태로 채용하고 있는 탓이다. 현재 돌봄교사 85명 중 23명이 계약직이다. 2월 말 계약이 만료되는 교사만 10명이다. 이에 지난 15일 센터장 4명과 돌봄교사 6명의채용 공고를 냈다. 이들 역시 계약 기간은 모두 1년이다.
장선희 중구 공공돌봄 비상대책위원회 활동가는 “선생님들의 잦은 교체는 업무의 연속성과 돌봄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중구형 돌봄을 (중구에서 맡아) 계속할지, 교육청에 넘길지 결정된 게 없는 상황”이라며 “늘봄학교의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 나왔더라도 교육청 등과 여러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도봉형 방과후학교’를 운영 중인 도봉구 역시 정책 지속성을 고민 중이다. 자치구가 학교와 협약을 맺어 오후 4시30분까지 학교 안팎에서 지역 초등학생들이 체육·예술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연간 3억원의 자체 예산으로 도봉구가 직접 운영한다.
코로나19 확산이 극심했던 시기에도 문을 열어 돌봄 공백을 메웠던 정책이다. 또 체육관, 예술센터 등 학교 밖 지자체 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도봉구 역시 아직 결론을 내지는 않았으나 늘봄학교와 기능이 중복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깊다. 도봉구 관계자는 “지자체와 학교가 연결돼 지역 초등 돌봄을 유기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했던 정책”이라며 “늘봄학교가 본격화되면 유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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