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롱런 길' 연 리디아 고에게 남은 일
[골프한국]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6·한국이름 고보경)가 지난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 &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2024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버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프로로 전향한 지 11년 만에 LPGA투어 통산 20승 고지를 밟으면서 그의 LPGA투어 명예의 전당 입성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LPGA에서 10년 이상 투어활동을 하면서 각종 포인트가 27점이 넘으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 영원히 기억되는 영예를 얻는다. 메이저대회 우승 2점, 일반대회 우승, 올해의 선수상, 18홀 평균 최저타를 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베어트로피 수상, 올림픽 금메달에 각 1점이 주어진다.
리디아 고는 메이저 2승, 일반대회 18승, 올해의 선수 2회, 베어트르피 수상 2회로 누적 포인트가 26점에 달해 1점만 보태면 명예의 전당 입성 조건이 충족된다.
LPGA투어 명예의 전당은 1950년 만들어진 '여자골프 명예의 전당'을 계승해 1967년 설립됐다. 1951년 창립멤버인 패티 버그, 베티 제임슨, 루이스 석스, 베이브 자하리아스 등이 첫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는 공로자(나비스코 챔피언십 설립자 다이나 쇼어) 1명을 포함해 모두 25명으로, 한국선수로는 박세리가 2007년 24번째로, 박인비가 2016년 25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2022년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석권하며 세계 1위에 복귀한 그는 지난해 20차례 대회에서 우승 없이 톱10 2회에 그치며 세계 12위까지 떨어졌으나 결혼 이후 마음과 샷을 가다듬으면서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 그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리디아 고는 현재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 롱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 중의 한 명이다. 그만큼 골프를 즐기고 사랑하는 선수도 흔치 않을 것이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운명적으로 스스로 골프를 하겠다고 선택했고 부모는 그의 뜻을 좇아 골프환경이 좋은 뉴질랜드 이민을 결행했다. 어릴 때부터 천재적인 소질을 발휘해 지금까지 큰 기복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니어시절부터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한국선수들이 3~4년이 지나면 번아웃(burnout) 되어 슬럼프에 빠져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골프선수로서의 롱런 자체가 그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LPGA투어 통산 72승의 애니카 소렌스탐, LPGA 통산 41승의 캐리 웹, LPGA 통산 16승에 영국 귀족작위를 받고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로라 데이비스 등이 골프 꿈나무 육성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 기여활동을 통해 선수로서 향유했던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데 앞장서는 모습은 리디아 고에게 등댓불이 될 것 같다. 최경주, 박세리, 전인지 등 골프선수는 물론 박찬호, 홍명보, 박지성 등은 스포츠 스타들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특히 리디아 고에겐 골프선수로 성장하는데 훌륭한 토양이 된 뉴질랜드에 대한 기여라는 숙제가 있다. 호주의 캐리 웹은 호주와 뉴질랜드의 골프 육성을 위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소문나 있다. 리디아 고도 캐리 웹의 보살핌을 받았다.
리디아 고가 LPGA투어에서 대성공을 거두자 뉴질랜드의 골프팬들은 국적을 다시 한국으로 바꾸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뉴질랜드 국적을 유지하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자 자랑스러운 뉴질랜드 선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리디아 고도 올 6월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여자골프 뉴질랜드 대표선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니 기대가 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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