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번 찍어” 설교했다가 처벌된 목사…헌재 “위헌 아니다”

이슬비 기자 2024. 1. 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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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1월 사건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담임목사가 교회에서 설교 등을 하는 직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면 형사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재는 25일 목사 A씨 등이 종교 기관 내에서 직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면 형사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참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교회 담임목사이던 A씨는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예배시간에 신도들을 상대로 “지역구는 2번 찍으세요. 여러분, 2번, 황교안 장로 당입니다. 2번 찍으시고” 등의 설교를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2021년 9월 대법원에서 벌금 50만원이 확정됐다.

광주의 한 교회 담임목사이던 B씨는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예배시간에 신도들에게 “아 이재명이 분명히 공산주의 하겠다는 거요”, “이재명이 그 선거공약을 믿어. 이 멍청한 것들아” 등의 설교를 했다가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각각 재판 과정에서 목사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성직자나 신도 조직의 대표자나 간부 등은 종교단체 내에서 신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이런 사람이 종교적 신념을 공유하는 신도에게 자신의 지도력, 영향력 등을 기초로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끌어내려 하는 경우, 대상이 되는 구성원은 그 영향력에 이끌려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그 형성 단계에서부터 왜곡된다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했다.

헌재는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종교단체가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을 방지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라며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공직선거법 85조 3항은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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