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경보음 안 울리자 “불 났어요” 이웃 대피 도운 80대 의식잃어

김병권 기자 2024. 1. 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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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의 외벽이 불에 그을린 모습. 이날 자정이 넘은 직후 화재가 발생해 대피 소동이 벌어졌다. /김병권 기자

“불 났어요! 불 났어요!”

지난 24일 오전 0시 10분쯤 화재가 발생한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5층. 화재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아파트에서 80대 할머니 A씨의 외침이 울러 퍼졌다. 다급한 외침에 자정이 넘은 시간 간신히 옷을 챙겨 입은 주민들이 화재 상황을 인지하고 대피했다. 높이 8층의 이 아파트에서 3층 가량이 불에 탔고, A씨의 외침 덕분에 A씨와 남편을 제외하고 사상자는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25일 은평소방서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서 화재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전날 오전 0시 15분이라고 한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화재는, 이 아파트의 5층에 사는 A씨의 가정집 안방에서 시작됐다. 5층에 사는 주민 이모(56)씨는 둘째 딸 이모(16)양이 어제 새벽 0시 15분쯤 현관문 옆 화장실을 지나가다가 냄새와 연기 때문에 화재를 인지했다고 했다.

경보기가 울리지 않는 상황. 비슷한 시각 A씨가 복도에서 “불났어요. 불났어요”라고 외치는 소리에 주민들은 화재 사실을 최초로 인지했다고 한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말 못할 정도로 연기 때문에 앞이 안 보여 주민들은 공포감을 느꼈다고 했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아파트는 2주 전에 소방 점검을 했는데도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고, A씨의 외침을 듣고서야 대피 중이던 상황에서 누군가가 경보기를 수동으로 작동시켰다고 전했다.

재로 새까맣게 그을린 A씨를 목격한 이웃 주민들은 중간 문을 닫아 연기를 차단하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채 모두 무사 대피했다. 이후 A씨는 기관지에 손상을 입어 의식 불명 상태로 80대 남편과 함께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라고 한다. 이들의 아들인 조모(58)씨는 노부부 둘이 의식불명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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