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카페'의 비밀···“범죄 피해자에 힘 보태고 싶어요”

김남명 기자 2024. 1. 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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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을 만큼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다른 피해자 가족이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25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4개 지방검찰청 내부 카페는 살인·성폭력 등 강력 범죄 피해자를 돕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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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검내 카페 '행복마루'
강력 범죄 피해자 가족들이 근무
수익금은 모두 다른 피해자 위해 사용
자립 피해자는 선순환 효과 만들기도
5년간 2400만 원 내놓는 등 기부 계속
서울서부지검 건물 1층 안에 위치한 카페 ‘행복마루’ 전경. 사진=김남명 기자
[서울경제]

“죽고 싶을 만큼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다른 피해자 가족이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강력 범죄로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긴 피해자들의 생업 복귀를 돕는 커피 판매점이 있다.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내 카페 ‘행복마루’다. 서울서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사장 김갑식)가 운영하고 강력 범죄 피해 가족들이 근무하는 이 매장에서는 범죄의 아픔을 딛고 재도약을 꿈꾸는 이들이 매일 음료를 만든다.

25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4개 지방검찰청 내부 카페는 살인·성폭력 등 강력 범죄 피해자를 돕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운영한다. 행복마루도 그중 하나다. 카페는 피해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익금은 모두 피해자를 지원하는 곳에 쓴다. 생업을 잃고 곤경에 처한 피해자에게는 자립 기회를, 건강과 재산을 잃은 피해자에게는 경제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셈이다.

강력 범죄 피해자 가족인 A 씨도 행복마루에서 매니저로 일했다. 그는 애초 월 매출이 3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장사가 잘되던 카페를 운영했으나 범죄 피해 직후 사업을 정리했다. A 씨는 “가족이 큰 피해를 당한 후 죄책감에 돈도 다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가게를 접고 소득이 없을 때 센터에서 경제적·심리적으로 지원을 많이 해줬다”면서 “외롭고 힘들었을 때 받았던 도움에 보답하고자 새로운 음료 메뉴를 개발하고, 나중에는 행복마루가 인기가 많아져서 센터 사무처장과 둘이 점심시간도 반납한 채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일부러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도 늘었다. 서부지검 직원 대부분은 카페를 들를 일이 생길 때 이왕이면 행복마루를 찾는다. 임예윤 서울서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은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 중 검찰청 직원이 90% 이상일 정도로 굉장히 많이 찾아주고 있다”면서 “외부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커피는 꼭 우리 카페에서 마시거나 우수 직원 포상 상품으로 카페 이용권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카페는 매달 흑자를 내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선순환 효과도 이어지고 있다. 센터의 지원을 통해 생업에 복귀한 피해자들은 매년 자발적으로 기부하거나 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감사의 표시를 전한다. 남편의 성범죄로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진 B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건 이후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정말 많이 힘들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갈 곳이 없어 아이들과 길에서 늦은 밤까지 울기도 했다”면서 “센터를 통해 상담을 하면서 긴급생계비 등을 지원받고 다시 일을 하면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B 씨는 이후 반찬 가게 아르바이트와 노점상 장사 등을 병행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했고 2019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400만 원을 기부했다. B 씨는 “2019년부터 하루 1만 원, 2만 원씩 모아 기부했다”면서 “센터에서 기부금을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기부를 하는 것이 제 기쁨이고 행복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1년에 한두 번 정도 기부를 꾸준히 한다”고 했다.

김갑식 서울서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은 “하루아침에 어제와는 다른 인생에 놓인 범죄 피해자가 다시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회복하고 성장한 피해자의 사례가 많다”면서 “범죄가 발생한 뒤 가해자에 대한 처분으로 판결이 확정되는 등 형사 절차가 종결되더라도 범죄 피해자의 피해가 완전히 낫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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