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am~8pm' 초등돌봄 전면시행 '졸속논란'···학교에 책임 떠미나

윤홍집 2024. 1. 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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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 가정의 아이가 등교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오전 7시부터 최대 오후 8시까지 초등학교 자녀를 학교에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교육부의 '늘봄학교' 전면시행안이 예상밖 졸속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방과후 '학원 뺑뺑이'를 막는 정책의 취지에는 동감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을 돌볼 교사 인력과 공간이 먼저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2학기부터 시행은 무리라는 것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서 젊은 학부모층을 겨냥한 설익은 교육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담 인력뿐만 아니라 운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교육부는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전년대비 6조원 이상 삭감했다. 예산 삭감속에서 모든 책임을 학교와 교사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늘봄학교 확대 시행에 반대하는 교사들은 오는 27일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의 늘봄학교 정책을 규탄했다. 전국교육청공무원노조는 "늘봄지원실 별도설치에 따라 학교마다 최소 3명 이상의 지방공무원 증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채용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질타했다. 또한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지방공무원 인력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방과후 인력의 '선 채용, 후 시행'에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 경감 효과 있지만 '졸속행정'
교육부에 따르면 늘봄학교는 올해 1학기 2000개 이상 초등학교에서 운영하고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올해는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내후년부터는 모든 초등학생이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방과 후와 돌봄을 통합한 서비스다. 학부모들은 희망하는 경우 오전 7시부터 최대 오후 8시까지 자녀를 학교에 맡길 수 있다. 학생들에겐 놀이중심의 예·체능과 심리·정서 프로그램이 매일 2시간 무료로 제공된다.

학교가 학생들의 돌봄을 책임지다 보니 학부모들의 선호도는 높은 편이다. 교육부가 초1 예비 학부모 34만명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5만2655명 중 4만4035명(83.6%)은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일단 늘봄학교를 통해 사교육 경감 효과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갈 곳이 없어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돌던 학생들의 수요를 학교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예정대로 늘봄학교가 시행된다면 초등학생 사교육비 경감에 도움 될 여지는 크다고 본다"라며 "대다수 학부모가 학원 대신 학교에 아이를 맡기게 될 것.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학원수도 줄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돌봄교사 채용시간 부족해"
문제는 교육부의 구상대로 늘봄학교를 현장에 연착륙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교육부는 교원에게 늘봄학교 행정업무가 전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1학기에 관련 업무를 담당할 기간제 교사 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2학기부터는 늘봄전담 실무인력과 실장급 인력 등으로 구성된 늘봄지원실을 설치한다.

하지만 당장 2학기까지 7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 인력과 운영 장소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1학기에 업무를 담당할 기간제 교사는 학교가 스스로 선발해야 하는데, 지방이나 농산어촌 학교는 구인난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정된 자원으로 무리하게 돌봄을 추진한다면 돌봄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늘봄학교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2학기까지 인력과 장소를 모두 맞추기 빠듯한 게 사실"이라며 "현장에서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크다. 최대한 빨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학부모 입장에서 늘봄학교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다만 충분한 예산과 인력이 지원되어야 하는데 학교에선 서로 떠넘기려는 분위기가 있는 거 같다. 자칫 아이들이 짐처럼 취급받아 피해를 보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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