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마음껏 뛰노는 여행

서울앤 2024. 1. 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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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ㅣ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

[서울&]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유원지 터에 조성 예정인 ‘서울 반려동물 테마파크’의 조감도. 서울시 제공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 제법 무거워 보이는 강아지를 꼭 안고 걷는 시민을 만났다. 어째서 강아지와 함께 걷지 않고 안고 걸으시냐 물었다. 시민은 “신나게 뛰어놀게 하고 싶지만 개를 무서워하는 주민도 있어 자주 안고 걷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개를 환영하는 풍경이 좋은 곳에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 가구의 22.2%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그 수는 약 114만 마리로 매년 늘고 있다. 네 집 중 한 집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셈이다. 특히나 1인가구 증가, 노령화 등에 따라 반려동물은 정서적 교감과 위안을 주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된 지 오래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규칙적인 행위가 신체적 활동량 증가는 물론 치매 예방에 좋다는 장점도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관광공사의 ‘2022 반려동물 동반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려인의 74.4%가 동반여행을 희망하나, 34.3%가 당일치기 여행조차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려동물과 숙박할 수 있는 시설도 드물고 출입할 수 있는 음식점이나 카페도 한정적이며 반려동물을 환영해주는 관광지 또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시민의 바람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일 경기도 연천군수와 임진강 유원지에 ‘서울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마쳤다. 서울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반려동물 동반 캠핑장과 더불어 야외수영장, 소·중·대형 견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 야외 반려견 훈련장, 문화센터 등 동물 맞춤형 시설을 갖출 예정으로, 시민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아름다운 임진강을 산책하며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이다.

또한 연천군에 서울시 첫 공공 동물 장묘시설인 ‘서울 반려동물 추모관’도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에서만 세상을 떠나는 반려동물이 한 해 13만 마리 이상이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서울 반려동물 양육 가구 중 46.8%가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이용한 경험이 있으나, 13.1%는 ‘종량제봉투 처리’를 했고, ‘불법 매장 등 기타 방법’은 18.7%에 달했다. 반려동물 장례문화가 빠르게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수도권 평균 40만9천원이라는 높은 반려동물 장례 비용과 턱없이 부족한 공공 장묘시설도 원인일 것이다.

현재 공공 동물 장묘시설은 전북 임실, 경기 여주 두 곳뿐이며, 서울과 경기 북부권에는 전무하다. 함께하는 기쁨이 클수록 이별의 슬픔도 크기에 위로받아 마땅하지만, 반려동물의 상실로 인한 스트레스 ‘펫로스 증후군’은 아직 사회문화적으로 이해되거나 공감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아마도 서울 반려동물 추모관이 반려동물을 잘 떠나보내고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를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연천은 임진강과 한탄강이 흐르는 생태계 보고이자 빼어난 자연이 아름다운 곳으로 이번 연천군이 서울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에 선뜻 손 내밀어준 것이 더없이 고맙다. 서울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여가를 즐기는 동물복지의 새로운 모델이자 연천군의 관광과 경제를 활성화하는 지역 상생의 최적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시는 그간 국내 동물복지문화를 선도하며 타 시도에 많은 모범이 돼왔으나 미국 뉴욕, 영국 런던 같은 동물복지 선진국 수준이 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서울시의 역할을 고민하다보니 어깨의 짐이 조금 더 무거워졌다.

커다란 강아지를 안은 시민이 한번 쓰다듬어보라고 했다. 가만히 손을 대자 눈을 반짝이며 착한 얼굴로 물끄러미 나를 보는 강아지에게 ‘좀 더 신나는 서울을 만들어주겠다’고, ‘곧 네가 가족과 함께 서울 근교로 여행을 떠나 마음껏 뛰게 해주겠다’고 작은 약속을 해본다. 이 따뜻한 생명이 느껴지는 강아지를 비롯한 모든 ‘반려동물’이 부디 서울시민의 곁에서 더 행복하길 바란다.

이수연ㅣ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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