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2명 약물 살해 혐의’ 요양병원장 구속영장 또 기각

결핵 환자 2명에게 약물을 투여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서울의 한 요양병원 원장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이번에도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오늘(25일) 오후 살인 혐의를 받는 요양병원 원장 45세 A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그동안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 및 녹취록, 관련 자료 등이 이미 수사기관에 의해 확보돼 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어서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내용, 범죄성립과 책임범위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상황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사유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지난 22일 살인 혐의로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검찰은 A 씨에 대해 같은 혐의로 한 차례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서울 서부지법은 지난해 11월 이를 기각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행위 자체에 대한 직접증거가 부족해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A 씨는 2015년 자신이 운영하던 요양병원에서 결핵 환자였던 80대 남성과 60대 여성에게 위험성이 높은 약물을 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사용한 약물은 염화칼륨(KCL)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약물은 적절히 희석하는 등 일정 요건 하에서는 환자에게 쓰일 수 있지만 희석 없이 사용할 경우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경찰은 범행 당시 병원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A 씨가 감염병인 결핵 환자가 입원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해 범행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공범으로 수사 중인 해당 병원 행정직원 B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재신청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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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