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 가치 알리는 '아름다운 상생'

홍세미 기자 2024. 1. 2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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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희망, 강한 소상공인을 만나다]박지훈 우무솝 주식회사 대표, "우뭇가사리 원료의 친환경 화장품, 올해가 해외 진출 원년"
[편집자주]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숨은 일꾼들이 있다. 지역과 상생하는 아이템, 돋보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상공인이 그들이다. 중소기업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로컬브랜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영역의 소상공인을 발굴하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로컬브랜드’ 선정 기업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고 반짝이는 로컬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았다. 본 기획은 로컬브랜드 유형을 운영한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한다.

▲박지훈 우무솝 주식회사 대표/사진제공=우무솝 주식회사
제주에 거점을 두고 있는 '우무솝 주식회사'는 해조류에 속하는 우뭇가사리로 화장품을 만드는 업체다. 우뭇가사리는 5~6월에 생육하고 10월까지 채취할 수 있다. 우뭇가사리는 해녀가 직접 잠수해 낫으로 잘라내거나, 배 위에서 그물을 내려 얻을 수 있다.

박지훈 우무솝 주식회사 대표는 우뭇가사리 푸딩 브랜드 ‘우무(umu)’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우무는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사이에서 인기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대표는 “우뭇가사리는 이제까지 양갱, 젤리, 잼 등을 만드는 데 쓰였지만 보습, 상처 치유, 항산화 등에도 효과적인 점을 발견했다”며 “화장품으로도 매우 좋은 효능이 있다고 생각했고, 보습효과에 초점을 맞춰 개발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우무솝 주식회사 창립 이유를 설명했다.

박 대표는 2013년 제주도로 거처를 옮겨 한림에 위치한 한수풀 해녀학교를 다니면서 우뭇가사리를 이용한 사업을 고안했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단순히 해녀에게 관심이 있어 학교를 지원했는데 ‘물질’을 배우며 같이 생활하다보니, 제주 바다가 가지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며 “회사를 차린다면 해녀와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제주 우뭇가사리는 품질이 뛰어나지만 국내에서는 크게 활용이 되지 않아 대부분 일본과 미국으로 수출됐다. 박 대표는 “해녀 수입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 우뭇가사리”라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우뭇가사리 중 90%이상이 제주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품질 또한 뛰어나지만 대부분 일본과 미국 수출에 의존할 뿐 국내에서는 활용이 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뭇가사리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홍보를 도와준다면 제주 해녀의 가치를 알리고 안정화된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원재료 값이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만드는 방향을 택했다. 그는 “화장품은 내 몸에 직접 바르는 것이라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을 바르면 트러블이 생긴다”며 “친환경 화장품은 합성 화합물 대신 자연에서 얻은 성분을 사용해 피부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일반 화장품은 인공적이거나 합성 화합물을 사용해 특정 성분에 민감한 사용자에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무솝 주식회사가 출시한 선에센스. 바다 생물에게 영향을 주는 자외선 차단 성분을 배제한 '리프 세이프(Reef Safe)' 제품이다./사진제공=우무솝 주식회사

우무솝 주식회사는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선정한 ‘로컬브랜드’ 유형의 강한소상공인에 이름을 올렸다. 박 대표는 “운영기관인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의 가이드와 조언에 따라 지원받은 사업화자금으로 리프 세이브 선크림, 환경 패키지 등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리프 세이프(Reef Safe)' 제품은 바다 생물에게 영향을 주는 자외선 차단 성분을 배제한 것이다. 박 대표는 “사람뿐만아니라 환경에도 해가 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바다 사막화를 만드는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들어가지 않는 선에센스를 출시했다”며 “최대한 자연에서 얻은 성분들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기 위한 취지였고, 어린아이와 유아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고 순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표는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을 통해 제주 환경운동가와 함께 캠페인을 진행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강한소상공인의 파트너와 함께하는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운동가와 함께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제주 바다를 지키는 환경 캠페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프리다이버가 바다로 들어가 쓰레기를 줍는 ‘플로빙’ 영상을 매주 제작해 SNS에 올려 많은 분들의 공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도 환경운동가와 계속 협업을 진행하고 있고 제주도에서도 리프세이프 선케어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할 수 있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우무솝 주식회사는 최근 스마트 스토어를 오픈해 온라인까지 판로를 확장했다. 박 대표는 “매장에서만 판매했을 때 재구매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라며 “지금은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도록 스토어를 오픈해 구매층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자 구매층이 초기 20~30대 여성 고객에서 40~50대까지 다양해졌다.

박 대표는 “현재 가장 우량 고객은 40대 이상으로 비누의 경우 사용자 만족도는 5.0점으로 만점”이라며 “한번 사용해보고 좋으면 대량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우무솝 주식회사는 1월 1일부터 2월 말까지 제주국제공항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짧은 일정으로 도내 매장을 방문하기 어려운 고객들이 공항에서 쉽게 우무를 만날 수 있다”며 “고객층이 확장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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