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충돌 위기에 접경지역 주민들 "가장 큰 피해는 우리…대화 시작하라"

이재호 기자 2024. 1. 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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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주민 "합참 훈련과 북한 사격 중 무엇이 먼저인지 중요하지 않아…생존 위협받았다는 것이 중요"

새해 들어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접경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남한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갈등은 생존에 위협이 된다며 양측에 평화 분위기를 조성해달라고 호소했다.

25일 참여연대를 포함한 10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는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하기로 했다가 기상 상황 때문에 서면 참여로 대체한 연평도 주민이자 어민인 박태원 씨는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주는 교훈은 남과 북이 군사적 대결만을 추구한다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을 뿐이라는 것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주민들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지난 1월 5일 연평도에 13년 만에 또 다시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다"며 "합동참모본부에서 계획했던 1월 5일부터 7일까지의 서해안 상설 해상사격훈련 계획이 먼저인지 북의 포사격훈련이 먼저인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또 다시 서해5도 주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제 해상 완충지대가 사라졌고, 서해는 위험지대가 되고 있다. 누군가는 지금의 정세를 보고 '한반도에 전쟁이 빌드업 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공감되는 말"이라며 "서해5도를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에게 최고의 주민 보호 태세는 바로 남과 북의 평화, 한반도 평화, 서해 평화"라고 지적했다.

박 씨는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지금 당장 군사훈련을 멈추고 9.19 군사 합의를 복원하고 남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남북 양측 정부에 군사 행동 중지를 촉구했다.

강원도 철원군의 농민인 김용빈 씨는 "민간인통제선 밖에 살면서 군인 초소에서 검문을 받고 전방 군사지역인 민간인통제선 안에 들어가서 농사를 짓고 있다"며 "70여 년 전 한국전쟁도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일이 아닙니다. 휴전선에서 서로 여러 차례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하며 사전에 긴 시간 동안 여러 징후들이 누적된 것"이라고 말해 현재 남북 대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씨는 "요즘 지역을 오가는 군 차량이나 군 이동 병력을 보면 예전과 다르게 어떤 군사작전이 시작되나 하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며 "세계는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많은 희생자를 내며 전쟁을 하고 있다. 이런 전쟁이 한반도에서 그리고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절대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씨는 "철원에서 그리고 철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대북 전단, 일명 삐라를 북쪽으로 보내면 우리는 불안하고 긴장하게 된다"고 전했다.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 이재희 씨 역시 "대북 전단 살포는 실제로는 저강도 전쟁 수행의 수단으로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며 "일부 종교인과 탈북자 단체들은 대북 전단 살포가 인권운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반인권 활동"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겨울에는 비교적 잠잠했던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바람이 바뀌는 3월부터 4월 북한자유주간까지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만약 북한군이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대공 사격을 하거나, 원점 지역 타격까지 시도한다면 남북 간 교전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교전 발발에 대한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 씨는 "이에 파주 시민들은 대북 전단 반대와 접경지역 평화를 걱정하며 적극적인 시민행동에 나서기로 했다"며 "파주 시민들은 남북 화해 시대를 제일 앞에서 경험했고 대북 전단 살포를 막으며, 남북 대결을 일관되게 반대해 온 경험이 있다"고 전단 살포 반대 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연평도 주민 대피와 관련해 적절한 절차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평도 주민 박 씨는 "남과 북의 서해 포 사격 이후 1월 1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평도를 찾아와 주민 보호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날에도 행안부에는 서해5도 유사시 주민 피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피난 매뉴얼이 없어 연평도 주민들은 작은 어선을 타고 알아서 피난을 했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 이후 무려 13년이 지난 지금에도 피난 매뉴얼조차 없다는 현실에 서해5도 주민들은 암담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참여연대 등 10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가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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