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불륜 몰카 ‘고심의 13시간’ 판단은?

김은진 기자 2024. 1. 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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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국민참여재판'
아내, 불륜녀에 협박성 문자
男 “동의하에 촬영” 주장
남편 유죄·부인 무죄 평결
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 경기일보DB

 

“여러분이 이곳에 와 주신 덕분에 원만한 사법절차가 진행될 수 있게 됐습니다.”

3일간 이어진 한파가 절정에 달한 지난 24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법원종합청사 내 301호 법정. 국민참여재판을 위해 온 배심원 후보 예정자 33명이 법정 안을 가득 채웠다. 곧이어 법정으로 들어선 수원지법 형사15부 이정재 부장판사는 가장 먼저 이들의 걸음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시작된 제도로, 국민을 직접 형사재판에 참여 시켜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만 20세 이상 국민 중 해당 법원의 관할구역 내에 거주하는 사람을 무작위로 선별해 배심원으로 정한다. 최근 5년간 수원지법에선 총 106건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이번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배심원이 되는 이들은 7명. 배심원 수는 사건의 양형 기준에 따라 사형이나 무기는 9명, 이 외에는 7명이 지정된다.

재판부는 배심원 후보 예정자의 결격사유, 기피사유 등을 확인했고, 검사와 변호인도 각자 질문을 통해 기피신청을 할 대상을 정했다. 배심원 선정절차는 1시간이 넘게 이어졌고, 최종적으로 이날 국민의 의견을 대변할 7명의 배심원이 정해졌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중국인 부부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함께 피고인석에 섰다. 검찰의 공소사실로 본 혐의 내용은 이랬다.

남편인 중국인 A씨(38)는 아내 B씨(42)와 수년간 친하게 지낸 지인 C씨와 아내가 임신 중일 때 바람을 폈다. 그러다 2022년 1월25일 A씨는 C씨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찍었다.

B씨는 같은 해 2월 A씨의 휴대전화에서 동영상을 발견하고 이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그리고 7월 C씨에게 ‘영상을 들고 내일 집에 찾아가겠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영상을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사건의 쟁점은 2가지였다. A씨가 C씨 몰래 동영상을 촬영했는지(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와 B씨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협박으로 볼 것인지(촬영물 등 이용 협박)다.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은 치열했다. 검찰은 A씨가 C씨의 동의 없이 동영상을 촬영했고, B씨의 메시지는 1억원이라는 돈을 받아내기 위한 분명한 협박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변호인은 동영상이 C씨 동의 하에 촬영된 것이며, B씨는 두 사람의 내연 관계를 끊어내기 위해 연락하던 중 화가나 메시지를 보낸 것일 뿐이라고 맞섰다.

재판은 장시간 이어졌다. 휴정과 재개를 반복하며 최종적으로 구형과 최후변론이 오간 시간은 오후 7시를 넘겼다.

특히 이번 재판은 A씨와 B씨가 모두 한국어를 하지 못해 재판 내용을 통역하는 시간까지 소요됐다. 그러나 7명의 배심원은 지친 기색없이 검사와 변호사가 제시하는 증거 기록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년, B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법정에 나온 검사는 “피해자가 언니동생 사이이던 피고인이 임신 중에 그 남편과 소위 말하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것은 맞다”면서도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영상을 유포할 것처럼 협박해 돈을 뜯어내면 안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변호인은 A씨와 C씨의 성관계 동영상에서 A씨가 C씨 앞에서 영상 촬영을 종료하는 등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동의 하에 촬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B씨에 대해서는 그가 받은 혐의가 ‘n번방’ 사건 당시 피해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조항인 점을 강조하면서 “불법 촬영물 유포로 고통받은 n번방 피해자들의 사건과 이 사건을 같은 법규로 처벌하는 것은 억울하다”며 “B씨는 C씨가 불륜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자신을 조롱하는 말을 하니 화가나 일시적 분노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맞섰다.

재판이 끝난 뒤 배심원이 내놓은 평결은 A씨 유죄, B씨 무죄였다. 그러면서 A씨에 대한 양형은 10개월~2년으로 판단했다.

그렇게 평결을 받아든 재판부는 오후 11시께 A씨에겐 징역 1년을, B씨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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