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교환담합행위의 규율[Lawyer's View]
*정영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youngsik.jung@kimChang.com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1항 제9호에서는 ‘다른 사업자(그 행위를 한 사업자를 포함한다)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제한하거나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시행령 제44조 제2항에서는 위에서 말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란 ‘1. 원가, 2, 출고량, 재고량 또는 판매량, 3. 거래조건 또는 대금·대가의 지급조건’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원가, 출고량, 재고량 또는 판매량, 거래조건 또는 대금·대가의 지급조건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행위를 이른바 ‘정보교환담합행위’라고 일컫는다.
이는 사업자간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합의하는 것이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 이를 금지하는 규정으로서, 정보교환합의가 위법하기 위해서는, 정보교환합의가 있어야 하고, 그 합의의 실행결과 관련시장에서의 경쟁이 부당하게 제한되어야 하며, 경쟁제한효과를 상쇄할 만한 효율성 증대효과가 없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교환합의는 사업자간에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의사연락이 있는 경우 외에도 묵시적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 정보와 관련된 경영상 의사결정권한이 있는 주체들 사이에서 장기간에 걸쳐 빈번하게 정보가 교환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경우 또는 교환된 정보를 각자 활용하는 정황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한편 공정거래법 제40조 제5항 제2호에서는 ‘제1항 각호(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등)의 어느 하나의 행위를 하는 둘 이상의 사업자가 제1항 각호의 행위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은 때’에는 그 사업자들 사이에 공동으로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내용은 이른바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합의의 추정’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사업자간에 가격, 생산량, 거래조건 등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에 따라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한 경우에는 제40조 제1항 제9호에 따른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제를 받게 되거나 제40조 제5항 제2호에 따라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게 된다. 정보교환행위에 의한 부당공동행위는 이 둘을 합한 것으로서, 이로써 정보교환합의가 부당공동행위 규제대상에 추가됨과 함께 정보교환행위가 있으면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합의 추정이 용이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보교환’이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직간접적으로 가격, 생산량, 원가, 거래조건 등의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알리는 행위를 말하는데, 정보를 알리는 방법은 다양하며 직접적인 의사연락뿐만 아니라 사업자단체 등 중간매개자를 거쳐 알리는 방법을 모두 포함한다. 다만 사업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들을 공표 또는 공개하는 행위는 정보교환행위로 보지 않는데, 이는 공표 또는 공개매체의 성격 및 이용자의 범위, 접근비용의 유무·수준 및 경제주체별 차등 여부, 공표 또는 공개의 양태 및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된다(사업자간 정보교환이 개입된 부당한 공동행위 심사지침).
합의의 추정과 관련하여, 법원은 과거 라면담합사건이나 사료담합사건 등에서 합의의 구체적인 시기, 행위자, 합의의 내용 등에 관하여 엄격한 증명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 그와 함께 구체적인 합의의 내용이 특정되지 않고 단순히 정보를 교환한 것만으로는 묵시적 합의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서 더 나아가 행위자들간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이 입증되어야 합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였던 것이다. 현재는 일정한 정보가 교환된 경우에는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법원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부당공동행위에 대한 제재는 법위반행위의 중지명령, 법위반사실의 공표명령을 비롯해서 관련매출액의 최대 20%(정액과징금 40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과 함께 형사고발, 징벌적 손해배상, 입찰참가자격제한 등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검찰에서는 공정위에서의 형사고발 대상에 포함되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조사를 강화하여 담합행위에 가담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수사하여 기소한 사례들이 있다.
이와 같은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행위에 대한 규제 여건의 변화로 인하여 사업자로서는 경쟁사업자와의 정보교환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경쟁사업자와 교환을 자제해야 하는 정보로는, 수주금액, 판매가격, 견적가격, 장래가격동향, 가격시책, 가격표, 할인율, 지급조건 등과 함께 가격산정방식 가격 자체와 관련된 것 외에도 이익률 및 기타 거래조건 등의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수량과 관련하여서도 생산수량, 판매수량, 원재료 구입량 등 수량 직접 관련된 정보 외에도 수요 전망 등에 대한 정보도 경우에 따라 포함될 수 있으며, 고객정보, 매입처 정보, 판매지역 등에 관한 정보도 포함될 여지가 있다. 특히 입찰과 관련한 정보나 입찰가격 등 입찰 내용에 관한 정보는 매우 민감한 것으로 취급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쟁사업자로부터 정보를 취득하는 것도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직접적인 의사연락을 통한 정보의 교환 외에도 대리점, 하청업체, 공급처나 수요자 등 거래 상대방으로부터의 간접적인 취득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공적으로 발간된 신문, 업계지, 인터넷 등에 공개된 정보 등을 통한 정보는 예외로 취급될 것이지만, 취득 의도나 방법 등에 관하여 오해를 받을 여지가 없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비공개적으로 은밀히 정보를 교환한 후에 그 정보가 공개되었다고 하더라도 정보교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과거부터 업계 내에서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상호협력적인 의사소통이 정보교환행위의 범주에 들게 되지는 않을지 선제적으로 점검해 두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관련 업계 내에서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온 이력이 있고 상호 양해 아래 일정한 정보가 상시적으로 교환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경쟁사, 동종사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여 왔던 것은 아닌지 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들은 실제 의도와는 달리 정보교환을 통해 가격, 생산량 등에 대한 합의를 한 것이라거나 잠재적인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오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이 담합행위에 대하여 알지 못했던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에 이르기까지 담합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사전에 점검하지도 않았고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 또는 운용에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시를 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사업자로서는 정보교환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사전에 점검하고 이를 방지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변호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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