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 신안에 ‘신안선 유물 시설’ 건립… “군민 염원 이뤄내”
1976년 전남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도자기 몇점이 어부의 그물에 건져 올라왔다. 신안선 발굴의 시작이었다. 신안선은 1323년 중국 원나라의 절강성 닝보(寧波)항을 출항해 일본 규슈의 하카타(博多)항으로 가던 무역선이다. 항해 도중 한국의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길이 34m, 너비 11m 배에 200여명이 승선한 초대형 배였다.
1984년까지 9년 동안 11차례의 수중 발굴에 동원된 잠수사는 총 9869명이었다. 유물 인양 작업에 소요된 잠수 시간은 무려 3000시간. 국내외 관심이 신안으로 집중됐다. 특히 해외 학계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우리나라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 해군지원단(심해잠수사), 전남도, 신안군, 목포경찰서 등 여러 기관이 수중 발굴에 나섰다. 신안군 관계자는 “국가적인 수중 발굴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14세기 동아시아의 대외교역과 찬란했던 도자기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2만7000여점의 해저 유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발굴 조사에서 인양된 유물은 바지선과 해군함정에서 1차 세척을 거쳤다. 신안 지도읍 발굴본부가 이를 다시 분류했다.
유물은 광주광역시 국립광주박물관과 목포 문화재보존처리소(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등 3곳에 보내져 분산 전시됐다. 1986년 발굴 해역 인근에는 기념비만 세워졌다. 정작 유물이 발견된 신안에는 박물관은 물론 전시관 하나조차 없었던 것이다.
2010년대부터 신안군은 ‘보물섬’으로 알려진 증도에 신안선 발굴기념관을 건설한다며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증도해저유물 테마파크, 신안선 해저 유물 체험관 등도 포함된 사업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접근성 좋지 않고, 유사 시설이 목포와 광주에 있다”며 국비 지원을 거부했다.
그러던 중 2019년 신안 해저 유물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립광주박물관으로 전부 이관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안군은 지속해서 문화재청과 국회에 박물관 건립 지원을 요청했다.
드디어 올해 신안 유물 관련 시설 건립 사업이 최종 확정됐다. 사업비는 80억원이다. 다만 유물을 실제 전시하는 박물관과 전시관이 아닌 유물과 인양, 발굴 등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신안 해저유물 방문자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이 건립 사업에 사업비를 지원한다.
신안 해저유물 방문자센터는 신안선 발굴 해역이 있는 신안 증도면 방축리에 들어선다. 신안군은 올 상반기에 지방재정 투자 심사와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한다. 내년 착공, 2026년 준공할 예정이다.
방문객에게 신안 유물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콘텐츠와 해저 유물을 활용한 실감형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 미디어아트를 통해 다양한 체험을 즐기게 할 계획이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군민의 염원이었던 신안 해저 유물 관련 시설의 국비 지원이 확정됐다”며 “역사적인 발굴 현장을 찾는 방문객에게 신안 유물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박 군수는 또 “대한민국 수중 발굴의 출발점이 된 신안선 발굴의 역사적 가치 확산과 문화 유산을 누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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