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3번 지키기 꼼수’ 정의당 비례 이은주 사직안 본회의 통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의원직을 사직하는 안건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례대표 의원인 이 의원에게 당선무효형이 선고될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이 임박하자, 이 의원의 자리를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인 양경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승계할 수 있게 ‘꼼수 사직’을 한 것이다. 정의당은 이번 사직안 처리로 의석 수 6석을 유지해 오는 4월 총선에서 ‘기호 3번’ 자리를 지키게 될 가능성을 높였다.
이 의원 사직안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져 가결됐다. 투표에는 여야 의원 중 264명이 참여했고 찬성이 179표, 반대가 76표, 기권이 9표였다.
이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5월 30일로 끝나는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이 의원은 2019년 9~11월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정하기 위한 당내 경선을 앞두고 서울교통공사 노조원 77명으로부터 정치자금 312만원을 위법하게 기부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사직하거나 의원직을 상실하면 같은 정당이 선거 전에 제출한 비례대표 후보 명부의 다음 순번에게 의원직이 돌아가지만, 의원 임기 만료 4개월 전인 이달 30일부터는 이런 승계가 불가능해진다. 이 시점 이후에 대법원 판결로 이 의원의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되면 정의당은 의석 1석을 잃어 5석이 된다.
4월 총선의 정당 기호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3월 22일 기준 의석 수에 따라 부여되는데, 제3지대 정당들의 연대와 국민의힘·민주당 현역 의원의 탈당 및 제3지대 정당 입당이 이어질 경우엔 정의당이 기호 3번을 빼앗길 수도 있다.
정의당과 이 의원은 유죄 판결 자체가 잘못된 제도에 따른 것이며, 이 의원이 정의당 의석 감소를 막기 위한 희생으로서 의원직 사직을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사직안 투표에 앞서 신상 발언을 자처해 “사법부의 판단을 기본적으로 존중하지만, 당내 경선 제도 도입 취지와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법 해석과 적용은 유감”이라며 “이 부분은 헌법재판소 심리 중”이라고 했다. 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비례대표 후보자의 당내 경선 선거운동에 관한 법률상의 불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거법 개정안을 심의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의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서 당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판단에 따라 의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 의원 사직안이 통과된 직후 “노동조합의 정치 활동 자유를 침해하고, 당내 경선 제도 도입 취지와 현실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률은 마땅히 개정돼야 한다”며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의 시대착오적인 조항 개정에 끝내 협조를 거부하고 몽니를 부리는 국민의힘의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은 단순히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최전선에 서 있었다”며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수많은 시간 고민했던 그 진정성을 알기에 이 의원의 결단을 수용하고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의원의 사직으로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직은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승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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