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성장 맞춰야 하는 中 지방정부, 올해 채권 1700兆 새로 찍는다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1. 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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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신규 지방채 발행액 9조위안 안팎 전망
지방정부 빚 이미 13조달러 돌파했지만
5%대 성장률 맞추려면 채권 발행 불가피
차환 덕에 부채 총액 큰 변동 없다는 관측도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지방정부가 올해에도 9조위안(약 1678조원)어치의 신규 채권을 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부진 속에서도 중국 중앙정부가 올해 5%대의 경제성장률을 고수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의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또다시 빚내기에 나서는 것이다.

25일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올해 지방정부 채권 신규 발행액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9조위안 안팎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지방정부는 1년 전보다 2조위안 가까이 늘어난 9조3200억위안의 채권을 신규 발행해 역대 최고치를 썼는데, 올해 역시 이와 비슷한 규모의 채권을 찍어내는 것이다. 9조위안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현재 중국 지방정부 총부채(40조6000위안)의 22%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미 중국 지방정부는 채권 발행을 시작했다. 지난 17일 허난성이 246억8200만위안 규모의 만기 7년짜리 리파이낸싱 특별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23일엔 산둥성(615억6000만위안), 톈진시(240억5000만위안), 쓰촨성(128억3000만위안)이 나섰고, 오는 26일엔 칭다오시, 장쑤성, 베이징시가 총 250억5000만위안 규모의 채권 7개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을 만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연합뉴스

중국 지방정부는 이들 채권을 이용해 기존 부채를 일부 상환하고, 인프라 등 투자 정책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최소 5%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이뤄내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연간 GDP 목표를 발표한 26개 지방정부 중 톈진시(4.5%)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5% 이상 성장률을 이뤄내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중앙재경대 원라이청 교수는 “지방채 발행 개시는 올해 많은 경제 어려움 속에서 성장 목표 실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민간 투자 의욕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채 발행은 정부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고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 경제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에는 5.2%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4%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났음에도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물가까지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중국 증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 본토·홍콩 증시의 시가총액은 2021년 고점 대비 6조달러(약 8025조원) 이상 증발했다.

그럼에도 중국 중앙정부가 올해 5%대의 연간 성장률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되자, 지방정부는 또다시 빚을 내가며 중앙정부의 보폭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년간 지방정부 성장률 목표치 중간값은 전체 목표보다 약 0.5~1%포인트 높았다”며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야망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2022년 기준 13조달러(약 1경7400조원)로 중국 GDP의 76%에 달해 중국 경제 건전성을 끌어내리는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올해 9조위안 규모의 지방채가 새로 발행된다 해도 누적 총액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후헝쑹 차이다증권 부사장은 “각 지방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부채 중 숨어있는 부채 규모도 커 이를 차환하는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올해 지방채 발행 총액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신용평가기관 둥팡진청의 펑린 애널리스트도 “올해에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완만하게 강화될 것”이라며 “재정 지출 강도를 유지하기 위한 신규 채권 규모는 약 4조8000억위안”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4조위안가량은 기존 채권 상환에 쓰일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중국은 지방 정부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로이터 통신은 중국 국무원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부채 비율이 높은 12개 지역을 대상으로 개발 프로젝트의 절반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 투자를 중단하거나 연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톈진시가 다른 성·도시와 달리 유일하게 4.5%의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 것도 이 목록에 포함된 데 따른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지난 2022년 말 톈진시 재정수입은 3000억위안에 못미쳤는데, 부채는 8645억위안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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