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건설노조 “분신방조 CCTV 유출’ 수사 7개월 넘도록 피고소인 조사 안해” 의견서 제출

“검·경 내부 관계자 수사기밀 유출 사건
7개월 넘게 답보상태...증거 인멸 우려”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과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의 형 양회선씨가 지난해 10월16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춘천지검 강릉지원 CCTV 유출 사건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묵념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분신방조 CCTV 유출’ 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 발생 7개월이 넘도록 피고소인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노조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하고 수사를 촉구했다.

건설노조 측 변호인들은 지난 23일 경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수차례 수사 진행 사항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고 피고소인 조사조차 시작하지 않은 게 확인됐다”며 “이유에 대해 ‘관련사건이 맞물려 있다’고만 답할 뿐 어떤 사건이 맞물려 있다는 것인지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지난해 5월22일 ‘노조원 분신방조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공한 성명불상자를 공무상기밀누설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건설노조 측은 지난해 6월1일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조선일보 보도에 사용된 사진이 춘천지검 강릉지청 민원실 CCTV 영상이라는 감정 결과를 경찰에 제출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강릉지역 노동·시민단체가 춘천지검 강릉지청장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강릉경찰서에 고발했다.

건설노조 측은 의견서에서 “귀 청은 반복해서 ‘강릉을 오가며 CCTV를 확보하여 분석 중이다’라고만 답변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6월에도 ‘CCTV는 이미 확보했다’고 알린 이상 아직도 CCTV를 확보 중이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특별한 사유도 없이 수사가 7개월 넘게 사실상 답보상태인 것”이라고 했다.

의견서에는 다른 유사 사건과 비교해 수사 진행이 이례적으로 느리다는 주장도 담겼다. 건설노조 측은 “이 사건은 검찰, 경찰 내부 관계자의 수사기밀 유출이 문제되는 사건이다. 7개월 넘도록 피고소인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다른 사건의 진행에 비추어보더라도 이례적”이라며 “고 이선균 배우에 관한 수사기관의 기밀 유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경찰은 신속하게 수사기관과 언론사에 대해 강제수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 사건은 검찰이 직접 관리하는 CCTV 영상을 직접 기자에게 넘겼거나, 경찰이 이를 넘겼다고 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강제 수사를 하지 않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제 수사를 통해 확보할 수 있었던 증거가 이미 인멸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