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출연료 회당 10억 시대…"K-콘텐츠, 이러다 다 죽어!" 업계 호소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드라마 제작비의 기하급수적 수직 상승으로 K-콘텐츠 전체가 무너질 위기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단법인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무실에서 드라마 제작사, 방송 플랫폼 관계자들이 모여 드라마 산업 위기 문제와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25일 밝혔다.
방송사들은 앞다퉈 드라마 편성 시간을 축소시키면서 드라마 경쟁력조차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제작사는 천정부지로 오른 높은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에 더욱 기대게 되고, OTT의 높은 출연료가 평균 기준이 되면서 국내 다른 방송사나 플랫폼에 공급하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사와 스튜디오들의 제작 능력이 더욱 위축·약화되면서 드라마 제작 산업의 악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주연급 출연료 인상으로 인한 총제작비 상승 문제와 그에 따라 발생하는 제작 완성도 저하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한 방송사 참석자는 주연급의 높은 출연료가 제작비 상승을 이끄는 주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 참석자는 "수없이 많은 일을 하면서 여러 협상의 과정에서 늘 생기는 문제가 연기자 출연료인데, 주연은 이젠 억소리가 아니라 회당 10억 소리가 현실이고, 이젠 어떠한 자구책을 찾아야만 할 때가 왔다"면서 더욱이나 줄어든 편성을 놓고, 제작사들이 그나마 편성이 용이하게 담보되는 연기자들의 요구대로 회당 수억 원을 지불해가며 제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으며, 이는 또다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에 빠졌다"라고 현 드라마 제작 실태를 전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일부 스타 연기자들이 계약 시 방송이 나갈 플랫폼을 미리 한정하고, 현장에서 대본을 바꾸는 것도 비일비재하며, 감독을 교체하는 등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제작사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라면서 "제작사와 방송사가 드라마 판을 키웠지만 제작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배우들만 그 과실을 가져가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있다. 매니지먼트사와의 협상이건 정책 수립이건 시급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라고 요구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최근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들의 캐스팅을 진행하였는데 회당 출연료를 4억원, 6.5억원, 7억원을 불렀다. 요즘 출연료 헤게모니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는 언론이나 기사들에서 보는 수치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급한다"라며 "중국은 배우 출연료가 총 제작비의 40%를 넘길 수 없고 출연료 중 주연급의 출연료는 70%를 넘길 수 없다고 들었다"고 우리나라 역시 합리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출연료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제작비의 한계로 대규모 전쟁 장면에서 보조출연이 많이 출연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이런 부분들이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라고 제작비 현실 때문에 완성도를 높이기 힘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높은 출연료를 받아도 스타가 있는 작품은 2배 이상의 구입 제의가 오는 것을 보면서 무작정 출연료가 적은 배우를 쓸 수도 없다는 게 뼈아픈 현실이지만, 방송 플랫폼 관계자분들이 이런 부분들을 감안하여 스타 배우가 없어도 좋은 작품이라면 편성에 힘을 실어주어 업계가 깊은 악순환 고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라고 요청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톱급 배우 못지않게 중간 단계 배우들의 출연료가 크게 뛰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계약을 할 때, 회당보단 8~16부에 얼마를 받았으면 그냥 턴키(프로젝트를 한 업체에 통으로 맡기는 방식)처럼 한 작품의 촬영 기간 단위로 계약하자고 주장한다"라면서 "출연료도 작품당 통 금액에서 상승분을 따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회당 단위로 출연료를 올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출연료 지급 방식의 또 다른 의견으로는 제작 편수와 상관없이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도 거론됐다. 회당 출연료를 회차로 지급할 게 아니라 총 촬영 일수, 촬영 시간 등으로 출연료를 지급하자는 방안도 언급됐다.
최근 방송사가 드라마 편성을 줄이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크다는 호소도 나왔다.
드라마 제작사 본부장은 "회당 제작비가 12억~15억씩 되고 있는데 솔직히 출연료를 3000만~4000만원씩 올려 주는 건 힘들다. 문제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이 정도 금액에도 성사되었던 배우들이 지금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편성 개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내년에도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예전엔 배우 한 명당 소화하는 작품 수가 많았는데 이젠 편수도 적고 나와 있는 대본만 많고 그 외에도 제작되고 있는 게 많아서 일단 몇 개를 걸어놓고 재고 있다. 같은 배우, 같은 감독으로 2~3개 작품씩 걸어놓고 편성되는 작품만 하겠다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의 시장이 암울하다"라고 업계 실태를 전했다.
또 다른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캐스팅할 때 우리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의 작품 제작비가 크게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준을 우리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 이 출연료 적정선을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참석자는 "회당 제작비가 15억 이상 들 때가 많아 향후 하향 조정이 필요하며, 배우, 작가, 제작사, 플랫폼이 연합된 힘으로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야 편성도 쉽고 해외 수출도 잘되므로 그러한 배우들만 개런티가 올라가고 그 배우들한테만 목매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 사업성 있는 배우들만 찾는 건 알지만 다른 배우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캐스팅 면으로도 폭을 넓혀봐야 할 거 같다"고 톱스타를 쓰지 않고도 성공하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회당 수억원에 이르는 스타 배우들의 인기에만 편승하지 말고, 철저한 오디션을 통해 검증된 연기자들을 과감하게 기용하고, 연출과 촬영, 미술 등에 제작비를 더 많이 할애하여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하며, 이러한 작품에 방송사나 채널에서도 과감하게 편성을 해주는 건강한 환경이 시급하게 조성돼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또한 이들은 앞으로 대안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협의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출연료뿐 아니라 드라마 현안에 대해 OTT 관계자,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지속해서 논의하며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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