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밀레이 취임 45일 만에 총파업…“서민에 고통 전가”

박병수 기자 2024. 1. 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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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주요 노동단체가 새 대통령 취임 45일 만에 고물가 경제난과 공공지출 감축 등에 항의해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최대 노동조직인 전국노동자총연맹(CGT)은 아르헨티나자치노동자연맹(CTA-A), 아르헨티나노동자연맹(CTA-T과 함께 24일(현지시각) 정오부터 12시간 동안 한시적으로 공동 총파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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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인플레 25.5%…한 달 전 12.8%보다 악화
아르헨티나 시위대가 24일 노조의 총파업 호소에 호응해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서 경찰과 맞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주요 노동단체가 새 대통령 취임 45일 만에 고물가 경제난과 공공지출 감축 등에 항의해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최대 노동조직인 전국노동자총연맹(CGT)은 아르헨티나자치노동자연맹(CTA-A), 아르헨티나노동자연맹(CTA-T과 함께 24일(현지시각) 정오부터 12시간 동안 한시적으로 공동 총파업을 벌였다. 총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이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거리 시위를 벌였으며, 시위에는 야당과 시민단체 등도 참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번 총파업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19년 5월 이후 5년 만에 조직된 전국 규모의 파업이다.

이날 총파업으로 곳곳에서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됐고, 도심 식품점과 주유소 등은 문을 닫았다. 항공사 아에롤리네아스 아르헨티나스는 항공기 300편의 운항을 취소했고, 이로 인해 승객 2만명이 불편을 겪었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시내 곳곳에 경찰을 배치했고, 외곽에서 대통령궁과 의회 등에 진입할 수 있는 푸에이레돈 다리를 통제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한 뒤 고질적인 경제난 극복을 명분으로 규제축소와 공공지출 감축, 공공자산 민영화 추진, 노동자 권리 축소, 페소화 평가절하, 대통령 권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대규모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경제 사정은 더 어려지고 있다. 지난달엔 인플레이션이 25.5%로 한 달 전의 12.8%보다 더 악화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물가상승률도 기록적인 211.4%를 기록했다.

이날 시위에 나선 이들은 “각종 규제 철폐로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각종 연금을 축소하는 정부 정책은 서민과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밀레이 대통령이 그동안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낸 정책과 제도를 한 순간에 뒤엎으려 한다”며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성소수자이자 예술 큐레이터인 40대 시위 참여자는 “우리는 극우 정부가 의료 서비스에서 노동까지 모든 수준에서 우리의 권리를 없애버리려는 시도와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섯살 딸 아이를 데리고 시위에 참여한 또 다른 노동자는 “밀레이 정부가 주택시장 규제를 없애면 주거 비용이 치솟을 것”이라고 항의했다. 한 은퇴자는 “나는 한달에 10만6천 페소(11만원)를 받는데 이것으론 굶어 죽을 지경”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있었다.

밀레이 정부는 이번 총파업에 대해 “노조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파트리시아 불리치 치안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마피아 같은 노조원, 빈곤에 빠트린 책임자들, 부패한 법조인과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향유하며, 밀레이 대통령의 결단력 있는 변화에 저항하고 있다”며 “파업은 우리를 멈춰세우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파업이 밀레이 정부 앞에 놓인 험난한 여정을 상징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윌슨센터의 라틴아메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벤자민 게단은 “정부가 극단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아르헨티나에 앞으로 몰아닥칠 혼란의 신호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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