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위태로운 제주 겨울바다…쓰레기에 자리뺏긴 바다새

고동명 기자 2024. 1. 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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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피부가 쓰라릴만큼 차가운 겨울 바람이 맹위를 떨친 제주시 한경면의 한 해안가.

해안가 한쪽에는 파도에 떠밀려온 각양각생의 해양 폐기물들이 작은 언덕을 이룰만큼 쌓였다.

이 시기가 되면 한경면뿐만 아니라 제주시 탑동, 용담해안도로, 이호해수욕장 등 도내 해안가 곳곳이 쓰레기 무덤이 된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바다지킴이'가 배치되지 않는 것도 겨울 해안가에 폐기물이 쌓이는 원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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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북서풍 영향으로 해안가 폐기물 점령 반복
제주 해양폐기물 연간 약 2만톤…"정부 차원 대책 필요"
24일 오후 제주시 한경면 해안가에 북서풍 영향으로 떠밀려온 폐어구 등 각종 플라스틱 해양폐기물들이 널브러져있고 한쪽에는 가마우지가 강풍을 피해 앉아있다.2024.1.24 ⓒ News1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지난 24일 피부가 쓰라릴만큼 차가운 겨울 바람이 맹위를 떨친 제주시 한경면의 한 해안가. 하늘에 떠있는 갈매기들은 강풍을 못이겨 나아가지 못해 제자리만 맴돌고 해상에는 거친 파도가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듯 높게 솟구쳤다.

해안가로 시선을 옮기니 검은 현무암 사이 사이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재질의 각종 폐기물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폐기물은 대부분 폐어구로 보였고 플라스틱 생수병과 바구니, 낚시도구, 스티로폼 등 종류도 다양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등 다른 나라 국적의 폐기물도 눈에 띄었다.

해안가 한쪽에는 파도에 떠밀려온 각양각생의 해양 폐기물들이 작은 언덕을 이룰만큼 쌓였다.

강풍을 피해 바위에 앉아있는 바다새 가마우지 무리 주변으로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포위라도 하듯 둘러쌌다.

폐어구들과 밧줄 등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해안가 인근 물 위에서 목만 내놓고 헤엄치는 가마우지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제주는 겨울철만 되면 북서풍 영향으로 해안가에 해양폐기물이 밀려들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4일 오후 제주시 한경면 해안가에 북서풍에 떠밀려온 폐어구 등 각종 플라스틱 해양폐기물들이 쌓여있다. 2024.1.24/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이 시기가 되면 한경면뿐만 아니라 제주시 탑동, 용담해안도로, 이호해수욕장 등 도내 해안가 곳곳이 쓰레기 무덤이 된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바다지킴이'가 배치되지 않는 것도 겨울 해안가에 폐기물이 쌓이는 원인 중 하나다. 행정기관은 예산과 정규직 전환 문제 등으로 기간제근로자인 '바다지킴이'를 매해 3~10월 8개월간만 현장에 배치한다. 겨울에는 일당제 근로자들이 대신하지만 한 해 수백명이 투입되는 바다지킴이에 비해서는 인력이 부족하다.

제주연구원 좌민석 연구위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제주 해양 폐기물 발생현황 및 관리방안'에 따르면 제주에서 수거되고 있는 해양폐기물은 2015년 처음으로 1만톤을 넘어선 뒤 △2020년 1만8357톤 △2021년 2만2082톤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해양폐기물은 크게 육상에서 발생해 하천 등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선에서 버려지는 폐기물로 나뉜다.

좌 연구위원이 제주도 관내 10톤 미만 연안어선 198척, 10톤 이상 근해어선 15척 총 213척을 대상으로 2021년 5~10월 폐기물 선적량과 투기량을 조사한 결과 어선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은 연안 57만4499병, 근해 126만6764병으로 나타났다.

24일 오후 제주시 한경면 해안가에 북서풍 영향으로 떠밀려온 폐어구 등 각종 플라스틱 해양폐기물들이 널브러져있고 한쪽에는 가마우지가 강풍을 피해 앉아있다.2024.1.24/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하천과 하구를 통해 해양으로 유입된 육상쓰레기 발생량도 2021년에만 7403톤으로 추정된다.

제주 하천은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지만 태풍이나 장마 등 대량의 물이 쏟아지면서 쌓여있는 폐기물이 해양으로 유입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좌 연구위원은 "폐기물 발생 예방을 위해 어선 식음료 선적신고제 도입, 하천폐기물 해양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수거 체계 구축, 어업 종사자 교육 및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전 제주환경운동연합 대표)는 "해양쓰레기는 제주도에서 생긴 것도 적지 않지만 상당 부분은 서남해안과 중국의 양식장에서 나온 어구들이거나 어선에서 버린 것인만큼 제주도 차원의 대책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과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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