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 황산테러에 눈·코·귀 잃었지만…“난 살아갈 것” 모델 나섰다

벨기에 피해여성 ‘산 테러’ 예방캠페인 참여
3개월 혼수상태·100여 차례 수술받고 생존
“집에 갇힌 채 가해자에 만족감 주기 싫었다”
전세계에서 매년 1만건 화학물질 테러 발생

배달원을 가장해 찾아온 전 연인의 황산테러로 얼굴과 몸이 녹아내린 여성이 자신과 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모델로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서 거주하는 패트리샤 르프랑(59)은 최근 ‘국제 산 테러 생존자 신탁’이 영국의 패션 사진작가 랭킨과 손잡고 추진한 화보 제작 캠페인의 모델로 나섰다.

르프랑은 2009년 옛 연인에게 황산테러를 당해 코와 눈꺼풀이 녹아 없어졌다. 한쪽 눈의 시력과 한쪽 귀의 청력도 잃었다.

테러 당시 세 아이의 엄마였던 르프랑은 당시 상황에 대해 “걸을 수조차 없어 팔로 기어 다녔다”며 “팔이 아스피린처럼 녹아내리는 것을 보고 ‘넌 여기서 죽어가고 있어’라고 혼잣말했다”고 말했다.

얼굴과 몸에 난 상처로 르프랑은 3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100여 차례 수술을 받았다. 목숨은 건졌지만 녹아내린 얼굴과 몸을 복원하진 못했다.

모델로 나선 이유에 대해 르프랑은 “집에 갇혀 가해자에게 만족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라며 “단순히 ‘이봐, 네가 아직 살아있다면, 그것은 이유가 있을 거야.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그는 “만약 내가 5~6년 전에 이 사진을 봤더라면 눈물을 흘렸을 것”이라며 “하지만 공격당한 이후 나 자신을 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이 추악함과 같이 사는 것을 배웠다. 이게 나다”고 덧붙였다.

국제 산 테러 생존자 신탁의 자프 샤 전무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최소 1만 건의 산 테러가 일어나고 있어 큰 문제”라며 “화보는 산 테러 경각심을 높이고 공격을 예방할 수 있는 조처를 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