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카오, SM 임원 PC ‘압수수색’…내부단속 선 넘나

공성윤 기자 2024. 1. 2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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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한 카카오, 이달 초 SM 장철혁 대표 등 C레벨 4명 PC 포렌식한 것으로 알려져
카카오 사법리스크 이후 내부단속 강화에 불만 표출…“부모가 자식 헤집어 득 볼 게 뭔가”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카카오가 이달 초 장철혁 대표를 비롯해 SM 고위 임원 4명의 컴퓨터를 '압수수색'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종속회사에 대한 지배기업의 이 같은 행동은 이례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최근 주가조작 관련 수사로 내홍을 겪고 있는 카카오가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다만 그 수위를 두고 일각에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복수의 SM 내·외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월2일 카카오 직원들이 서울 성수동 SM 건물에 방문해 C레벨(부문별 최고책임자) 4명의 데스크톱 PC를 현장에서 포렌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상으로 거론된 사람은 장철혁 SM 대표이사 겸 CEO, 탁영준 COO, 이성수 CAO, 박준형 CCO 등이다.

2023년 3월13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83-21 SM엔터테인먼트 본사 ⓒ 시사저널 최준필

상법상 모회사 아닌데...'법인격 남용' 소지 有

수사기관이 아닌 카카오가 사기업의 정보화 기기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 카카오는 SM의 최대주주이자 지배력을 갖춘 계열사지만 아직 상법상 모회사 자격을 갖추지 않은 상태다. 모회사가 되려면 지분 50%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SM에 대한 카카오의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39.87%다.

설령 모자(母子) 관계라 하더라도 대법원은 양 법인이 각각 독립된 법인격을 갖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할 경우 상법상 '법인격 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포렌식의 목적에 대해선 확인된 바 없다. 다만 포렌식을 지시한 사람이 최혜령 신임 카카오 CFO(최고재무책임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상무 출신으로 작년 11월 선임된 최 CFO는 IPO(기업공개)와 지배구조 조정의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그는 카카오의 투자 전략을 이끌었던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SM 시세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최혜령 CFO 취임 이후 카카오는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다. 작년 12월 카카오는 재무그룹 직책자들에게 청렴서약서 제출을 지시했다.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의 초석 마련"이 회사가 밝힌 이유였다. 또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CFO는 같은 달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에 "카카오의 청렴한 내부 통제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향후 카카오와의 모든 미팅은 재무그룹장인 저를 통해달라"며 "미팅 희망 날짜로부터 최소 7일 전에는 제안이 와야 한다"고 밝혔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그 밖에 파트너사의 인적 사항도 요구했다고 한다. 이 같은 요구가 업계에서 흔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2023년 10월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윰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출석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최혜령 CFO 주도" 주장...카카오 "확인 불가"

이 와중에 카카오가 SM의 임원 PC에도 손을 대자 "도가 지나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SM 관계자는 "자식을 헤집어서 부모가 득 볼 게 뭔가"라며 "카카오가 전쟁통에 엉뚱하게 아군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SM 경영권 인수전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등 관계자 6명이 검찰로 송치됐다. 앞서 배재현 대표는 지난해 10월 이미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관련, 이번 포렌식의 목적이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로 불거진 SM 매각설을 잠재우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카카오 측은 시사저널의 관련 질의에 "감사위원회 요구로 외부 로펌 통해 감사가 진행 중이다"란 문자만 보내왔다. '외부 로펌'의 정체와 최 CFO의 주도 여부에 대해 추가 질의하자 "확인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지배기업 감사의 일환이라 해도 종속기업 임원의 PC에 접근하면 경영상 비밀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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