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에서 다시 강풍으로…'트럼프 바람'에 정부도 '대비책' 마련 분주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에 불어올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아이오와주(州)에 이어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 승리하며 '1인 체제' 굳히기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날 후보 등록도 안 한 뉴햄프셔주 '비공식 경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머쥐며 재선 도전의 기분 좋은 첫발을 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초반 기세 몰이로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재대결이 확정됐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선 결과에 대한 각종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도 일찌감치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바이든 재선' 과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일종의 시나리오를 외교부 차원에서 일차적으로 이미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민주당을 대상으로 한 물밑 외교 접촉도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시 한국은 '캠프 데이비드 선언' 등 한미일 3각 협력 강화와 같은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추면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한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한미 연합훈련 축소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용인 △주한미군 완전 철수·감축 및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한반도 안보 문제와 직결된 사안들을 주요 현안으로 제기한 바 있다. 그 때문에 동맹을 가격으로 '흥정'한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제기됐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이러한 정책이 재현될 소지가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친분'을 앞세워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구도를 깨고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는데, 북한이 핵위협을 높이고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현재의 안보 정세에서 적절한 행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러한 트럼프 리스크 우려에도 한국에 이득이 되는 요소도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그가 대통령직에 다시 오르면 현재 그가 주장하는 '중국 때리기'가 심화하고 장기전으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 부담으로 인해 전쟁을 조기에 종결하려 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국제사회는 한 차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급변하는 정세로 인한 혼란 가능성에 대한 우려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으로 피로감이 누적돼 대북 문제에 대한 집중도 하락 가능성이 있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분산된 힘을 한곳으로 모으면 역으로 인태전략이 강화될 여지가 생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우선 대외정책 기조는 결국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에 대한 억제력이 더 강화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가 터지면서 인태전략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틀림없이 우크라이나, 유럽 쪽에서 발을 빼고 인태지역으로 외교의 추진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미국의 군사력이 낙후됐다며 '저위력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바 있는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핵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것과 개념 자체가 다르다. 이는 한편으로 핵무기 등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공약으로 자체적인 핵개발에 영향을 받는 한국으로선 짚어볼 부분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수면 위로 재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을 역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라며 "예를 들어 핵추진 잠수함은 그 개발 비용이 천문학적이지만 우리가 '사겠다'는 의사를 개진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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