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 확률 높은 로또 번호 알려드립니다”... 로또 번호 리딩 사기 극성

강우석 기자 2024. 1. 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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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통계적으로 신빙성 전혀 없어”
로또복권 추첨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스1

“통계 분석을 통해 당첨 확률이 높은 로또 번호를 제공한다”며 피해자들을 꾀어 돈을 편취하는 이른바 로또 번호 리딩 사기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월 14일 건설업에 종사하는 정모(58)씨는 한 로또 번호 제공 업체의 ‘김 팀장’이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받았다. 김 팀장은 “16만원을 선입금하면 당첨 확률이 높은 로또 번호를 제공하겠다”고 권유했고, 정씨는 돈을 입금하고 로또 번호를 제공받았다.

이후 업체 측은 “저번 주에도 2등 당첨 4명 나왔습니다” “회원님도 1등 볼 수 있다”는 식의 문자를 보내며 정씨에게 지난해 4~5월과 지난해 12월 각각 200만원과 500만원을 추가로 입금해달라고 했다. 정씨는 돈을 보내고 해당 업체로부터 매주 로또 번호를 제공받았으나, 약 1년간 정씨가 로또에 당첨된 것은 4등 2번, 5등 6번이 전부였다고 한다. 이에 속았다는 걸 깨달은 정씨는 지난 18일 업체측 대표 A씨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전문가들은 확률 높은 로또 번호를 선별한다는 행위가 통계적으로 전혀 신빙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로또 번호 제공 업체들이 법적으로도 문제 소지가 많다고 했다.

장원철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는 “복권위원회 내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 본 결과 특정 번호가 더 나오는 등의 유의미한 확률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통계적으로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최근 로또 번호 제공 업체들의 경우, 당첨 사실을 위조해서 피해자에게 전달하거나 소위 바람잡이들을 미리 섭외해 단톡방 같은 곳에서 ‘난 당첨됐다’는 식으로 기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명백한 사기”라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로또 예측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022년의 경우 655건으로 2020년(227건)과 비교해 구제신청 수가 3배 가까이 늘었다. 작년인 2023년 역시 615건으로 2020년과 2021년(332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최근 경찰은 로또 번호 제공 업체를 운영하는 일당을 다수 검거했다. 지난해 7월 인천 남동경찰서는 AI 등으로 로또 당첨 번호를 예측해 공유한다며 피해자들에게 돈을 뜯어낸 혐의로 로또 번호 예측 사이트 운영자 30대 남성을 구속했고, 2022년 8월에는 경기북부경찰청이 로또 번호 추천을 빌미로 10년간 600억 원대 수익을 올린 일당을 검거해 구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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