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의 깜짝 미국행은 왜? 최고 대우+美 축구 경험의 마지막 기회

지소연 영입을 환영하는 시애틀 | 시애틀 레인FC 홈페이지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스타인 지소연(33)이 금의환향한지 2년 만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번엔 여자축구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이다.

미국여자프로축구(NWSL) 시애틀 레인FC는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소연과 2025년까지 동행한다고 밝혔다.

시애틀은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지소연의 영입을 위해 수원FC에 이적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원래 실업축구 WK리그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단년 계약을 맺어 이적료가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지소연은 2년 전 잉글랜드를 떠날 당시 다년 계약을 맺었다.

로라 하비 시애틀 감독은 “지소연은 ‘검증된 승리자’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라운드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선수”라며 “우리 팀에 데려올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시애틀의 적극적인 구애로 성사된 이번 미국행은 사실 예상하기 힘든 선택이었다.

지소연은 2014년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에 진출해 정규리그 우승 6회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 4회, 리그컵 우승 2회 등 숱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소연은 2022년 WK리그의 흥행이라는 꿈을 안고 국내 무대에 데뷔했다. 수원FC 선수로는 아쉽게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던 그는 지난해 12월 WK시상식에서 새해 목표로 인천 현대제철의 11연패를 무너뜨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랬던 지소연이 새로운 도전을 천명한 배경은 두 가지로 풀이된다.

축구 선수로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는 지소연은 먼저 다양한 경험이 필요했다. 지도자 혹은 축구 행정가로 제2의 삶을 고려하고 있는 그의 입장에선 세계 최고 무대로 평가받는 미국을 더 알 필요가 있었다.

지소연의 한 측근은 “유럽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선수가 왜 미국이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남자 축구는 유럽이 최고이지만, 여자는 미국”이라고 말했다.

NWSL의 남다른 입지는 선수들의 임금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의 ‘프로 사커 와이어’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NWSL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5만 4000달러(약 7200만원). 각 팀의 주요 선수는 20만 달러(약 2억 67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고, 미국을 상징하는 알렉스 모건(샌디에이고)은 그 두 배를 넘는 45만 달러(약 6억원)를 받고 있다. 지소연 역시 시애틀에서 수원FC와 WSL 첼시 시절과 비교되지 않는 연봉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연은 이제 시애틀에서 정상을 향해 도전한다. 시애틀은 지난해 14개팀이 참가하는 NWSL에서 9승8무5패를 기록해 4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다. 아쉽게도 우승컵은 고담FC에 내줬는데, 올해는 지소연의 합류로 다른 결과가 기대된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