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어르신 표정보면 힘이 난다는 유승연 요양원장

황선주 기자 2024. 1. 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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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된 일 찾다 40대 중반에 요양원 시작…“남은 생 쏟아 붓겠다”
유승연 올리브요양원장. 본인 제공

 

“신앙인으로서 어르신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젊은 사람도 시간이 흐르면 늙습니다. 사회가 어르신을 존중해야 합니다.”

양평군 청운면에서 올리브요양원을 운영하는 유승연 원장(53)의 말이다.

서울에서 식자재 유통업을 하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보람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찾은 일이 요양원 운영이다.

그는 지난 2016년 2월 남편과 같이 우연히 기도하기 위해 청운면의 한 골짜기 동네에 머물게 된 것을 계기로 아예 그곳에 터를 잡고 요양원을 지었다.

그는 40대 초반 서울 마포에 40평대 아파트를 가질 정도로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마당 있는 집을 좋아하던 남편이 청운면 동네를 보고 “너무 아름답다”며 반했고 ‘떠나라’라는 성경 창세기 구절이 떠올라 요양원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의 요양원은 부지가 4천500여평으로 넓은 데다 정원도 잘 가꿔져 있어 86명의 입소 어르신이 50명의 직원과 함께 자연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봄~가을 매주 3~4회, 겨울에는 1~2회 야외활동을 즐긴다. 종교 활동과 함께 근력운동, 체조 등 건강 프로그램도 함께한다.

요양원에는 어르신뿐 아니라 치매 환자도 생활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다.

그래서 응급 상황에 대비해 유 원장은 50m 거리에서 생활하며 수시로 입소 어르신과 환자들을 살핀다. 진료가 필요하면 어르신을 모시고 병원을 찾아 진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있다.

요양원 1층엔 면회를 온 가족이 어르신과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어르신들은 마당에서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어울리기도 하고 봄·여름이면 텃밭을 가꾸기도 한다. 수확한 작물은 요양원을 찾아온 자녀에게 주기도 한다.

남은 인생 전부를 요양원에 쏟고 있다는 유 원장은 “때로는 자존감이 떨어져 돌이나 꽃도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며 요양원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그는 이런 힘겨움을 기도와 묵상으로 이겨내며 하루하루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유 원장은 “어르신들이 뭔가에 몰두하며 해맑게 웃는 표정을 보면 언제 힘들었냐는 듯 다시 힘이 난다”며 웃어 보였다.

황선주 기자 hs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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