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과학자 지원 늘렸다는 정부…현장엔 "눈속임·조삼모사" 불만 터져

박정연 기자 2024. 1. 2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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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간 줄이고 지난해 사업은 칼질
실험실에서 연구 중인 연구자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올해 젊은 과학자 연구 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연구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젊은 과학자를 위한 연구과제는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수를 늘렸다고 발표한 국내외 연수 지원과정 또한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젊은 과학자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을 대폭 늘렸다는 정부의 발표가 현장에서는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사실상 '눈속임'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올해 젊은 과학자 연구 지원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2917억원 늘어난 8266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우수신진연구 신규과제 규모는 지난해 450개에서 올해 759개로 늘었다. 과제당 연구비도 기존 1억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증액했다.

그러나 지난해 우수신진연구 계속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의 연구비는 10% 삭감됐다. 젊은 연구자들의 초기 연구비 수혈을 위한 필수코스로 여겨지는 한국연구재단의 과제 연구비 자체가 일괄 삭감됐다. 글로벌 리더연구, 중견연구, 우수신진연구, 세종과학펠로우십 국내트랙이 포함된 '우수연구'가 10% 일괄 삭감됐다. 기본연구, 생애첫연구가 포함된 '생애기본연구'는 20% 감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과제를 수행해도 지난해 과제를 시작한 연구자들은 올해 과제를 시작한 연구자들 연구비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지방 소재 대학의 한 30대 교수는 "지난해 시작된 과제도 똑같이 의미있는 연구인데 과제 신청 '타이밍'에 따라 차등이 이뤄지는 형국이 됐다"며 "지난해와 올해 연구자들을 갈라치기하는 것이란 생각만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외 연수기관 연수기회를 확대한다는 정부에 발표에 대해서도 '조삼모사'란 지적이 나온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올해 세종과학펠로우십의 국내외 신규지원 과정을 지난해 200개에서 올해 520개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국내외연수 지원도 400개에서 566개로 늘려 전체 신규 과제가 지난해 600개에서 1086개 규모가 됐다고 설명했다.

대신 해외 연수과정의 경우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반토막이 났다. 과제 수는 늘었지만 기간이 줄어들어 사실상 예산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연구자들은 1년의 연수 기간으로는 제대로 된 연구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인건비의 안정적 지원을 위한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도(풀링제)의 경우 중견 교수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풀링제는 대학에 소속된 연구책임자가 수행하는 국가연구개발과제의 외부인건비를 대학본부에서 연구책임자별로 통합해 학생연구원에게 인건비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연구실이 일종의 긴급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과기특성화대를 포함한 14개 대학을 비롯해 총 15개 기관에서 도입 중이다.

교수들은 풀링제가 부족한 학생 인건비를 수혈하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풀링제를 도입하고 있는 서울대 한 교수는 “풀링제는 결국 교수 개개인이 따온 연구비를 다 같이 사용하자는 것인데, 연구 계획에 맞춰 힘들게 수급한 자금을 다른 교수의 학생 지원에 활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 여유가 줄어드는 특정 시기에 대비한 ‘안전책 차원’에서의 풀링제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대학 전체의 인건비 부족이 예견되는 현 상황에서 풀링제를 주요 해결책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젊은 연구자들은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볼멘소리를 냈다. 국립대 소속 한 교수는 "대부분의 지원책을 잘 살펴보면 다른 부분에서 쳐낸 예산으로 메꾼 것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지원 발표에는 연구장려금 지원 강화도 담겼는데 전반적인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자들의 형편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경쟁률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젊은 연구자들이 수행하고 있는 과기정통부나 산업통상자원부의 많은 과제들은 올해 대규모 삭감을 면치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교수는 "과기정통부 산하기관 다른 과제의 경우 80% 삭감돼 사실상 사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구비 부족으로 젊은 연구자들의 처우는 지금보다 훨씬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이날 발표한 젊은과학자 연구 지원 확대책에는 이밖에도 석·박사 과정생에 대한 연구장려금 지원 강화,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 고급 인재양성 확대 등이 담겼다.

연구장려금 지원 강화와 관련해선 석사과정생 연구인력 600명에 대한 연구장려금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박사과정생에 대한 연구장려금은 지원단가를 기존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대상은 300명에서 822명으로 확대했다. 연구인력 양성사업은 계약정원제와 계약학과를 운영해 인재를 적기에 양성하겠다고 설명했다. 2024년 이후 5년간 500명 규모로 4대 과기원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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