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시위로 다리 잃은 중국 인권운동가 치즈융 사망
정확한 사인 및 사망 시점은 불명확
과거 만성 신부전증·간암 병세 앓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때 계엄군이 쏜 총탄에 맞아 한쪽 다리를 잃은 중국 인권운동가 치즈융(齊志勇)이 67세를 일기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명보는 25일 치즈융의 친구이자 반체제 인사인 쑨리용(孫立勇)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인용해 그가 최근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치즈융은 만성 신부전증을 앓아왔으며 간암 진단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의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점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반체제 인사인 장리쥔(姜立軍)은 “치즈융이 수일 전 베이징에 있는 병원에서 사망했지만 정확한 병원과 날짜는 알지 못한다”면서 “가족들이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명보에 말했다.
1989년 중국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가 벌었졌을 때 33세의 건설 노동자였던 치즈융은 시위에 참가했다가 계엄군이 쏜 총탄에 맞아 왼쪽 다리를 잃었다. 그는 이후 당국의 감시 속에서도 톈안먼 시위 희생자들을 공개적으로 추모하며 인권운동가로 활동해 왔다. 그 과정에서 치즈융은 수차례 구금 생활을 반복했고, 2009년에는 베이징 외곽으로 강제 퇴거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치즈융은 톈안먼 시위 강경 진압에 반대하다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2005년 사망했을 당시 당국을 향해 “톈안먼 시위 진압이 착오였음을 인정하고 자오쯔양의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또 톈안먼 시위 20주년이었던 2009년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넘어지고 피가 여기저기 뿌려지는 광경을 봤을 때 뼛속까지 추워지는 느낌이었다”고 톈안먼 시위 진압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톈안먼 시위 27주년이던 2016년까지만해도 그는 ‘잊지 말자 6·4(톈안먼 시위)’라는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른 인권 운동가들과 함께 톈안먼 광장 인근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한 뒤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중국 인권운동가인 후자(胡佳)는 치즈융에 대해 “그는 당국이 저지른 대학살의 목격자였고, 평생 6·4 대학살의 산증인으로 일하며 무거운 대가를 치렀다”면서 “30여년 전 그날 밤 총을 맞지 않았다면 지금도 건강하게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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