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호 대웅제약 대표 "아피셀, 글로벌 유니콘으로 육성"
"2026년 IPO 계획…기술수출도 논의"
세포·유전자치료제(CGT)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ADC(항체약물접합체)만큼이나 눈독을 들이는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의 '빅 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파이프라인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CGT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2021~2027년 중)은 44.1%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5대 제약사인 대웅제약도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핵심 기지는 '아피셀테라퓨틱스'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가 지난 2020년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영국의 바이오텍 아박타와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합작사)다.
아피셀테라퓨틱스는 대웅제약과 아박타의 기술을 접목한 '아피셀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장기 계대배양(세포증식)이 가능한 대웅제약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DW-MSC')에 아박타의 유사항체 단백질인 '아피머(Affimer)'가 발현되도록 유전자를 주입한 차세대 세포·유전자치료제 플랫폼이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웅제약 신관에서 만난 전승호 대표는 "아피셀 플랫폼으로 만든 치료제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항체 치료제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전임상 시험에서 대웅제약과 아박타의 플랫폼 간 시너지 효과(상승효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최근 아피셀테라퓨틱스는 이 기술을 접목한 리드 파이프라인 'AFX001'의 임상진입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사전 임상시험계획(IND) 미팅을 마쳤다. AFX001은 T세포와 B세포의 상호 활성화에 관여하는 CD40L을 타깃으로 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줄기세포 치료제의 자가면역 조절기능과 아피머가 CD40L의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기전을 결합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아피셀테라퓨틱스는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을 시작으로 AFX001의 적응증을 장기이식거부반응, 염증성 장질환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아피셀테라퓨틱스는 T세포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Treg)를 활성화하는 타깃에 아피머를 결합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AFX002'를 개발하고 있다. AFX002는 최근 선도물질 선정을 끝냈다.
아피셀 플랫폼의 강점은 치료 효과뿐 아니라 의약품 제조 공정에서 빛을 발한다. 장기 계대배양이 가능한 DW-MSC 플랫폼을 통해 균일한 품질의 유전자 주입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서다. 또 DW-MSC는 동종유래(allogeneic) 줄기세포 치료제로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와 달리 별도의 유전자 조작없이 환자에게 투여가능한 동결제형 기성품으로 제조할 수 있다.
전 대표는 "아피셀 플랫폼의 차별성은 유전자 도입이 된 세포의 뱅킹화(냉동보존) 또는 세포주화에 있다"며"아피셀 플랫폼은 세포마다 유전자도입을 할 필요 없이 유전자도입이 된 세포를 여러 개의 세포은행에 보관해 하나의 세포에서 균일한 품질의 세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아피셀테라퓨틱스는 FDA로부터 IND 허가를 받으면 내년 AFX001의 임상 1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한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기준의 세포은행 구축은 끝낸 상태다. 전 대표는 임상시험과 함께 기술수출 등의 성과를 내 2026년 IPO(기업공개)에 도전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단기적인 목표는 시리즈B 펀드레이징(자금모집)을 통해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IND 성공과 기술수출 등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이후 이러한 마일스톤을 발판 삼아 IPO에 성공해 아피셀을 믿고 투자해 주신 주주사와 열심히 일해준 임직원들에게 보상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아피셀 플랫폼이 가진 혁신성은 무엇인가
"현재까지 시판된 세포·유전자치료제는 모두 면역세포를 이용한다. 줄기세포 분야에서도 유전자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지만 표준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살아있는 세포를 엄격한 공정·품질 기준 하에 균일하고 또 지속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표준화(상업화) 허들을 뛰어넘은 기술이 바로 아피셀 플랫폼이다.
또 줄기세포 치료제는 작용기전(MoA)이 불명확하다는 문제를 갖고 있는데 아피셀은 아피머를 활용해 작용기전을 보강하면서 줄기세포의 효능을 끌어올렸다. 아피머는 우리 몸에 있는 스테핀A에서 유래한 단백질로 항체의 10분의 1 크기로 무척 작고 구조가 단순해 세포에 무리를 주지 않고 많은 양이 안정적으로 발현되게 하기에 용이하다."
-지난해 'AFX001'의 PoC(개념증명) 약효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 학계나 업계의 반응은 어떠했나
"세포·유전자치료제에서 가장 중요한 학회로 뽑히는 국제줄기세포치료학회(ISCT 2023)와 산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생의료연합(ARM)에서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AFX001 PoC 결과를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발표했다.
줄기세포 연구자가 아닌 경우에는 아피셀 치료제가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클리니컬 스코어(증상 정도)를 월등하게 낮춰줄 뿐 아니라 치료 효과가 외피뿐만 아니라 장기에서도 나타난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는 항체치료제나 저분자화합물로 효능이 미치지 못하는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원인 치료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줄기세포 연구자 경우는 아피셀의 공정·품질 관리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그들이 오랫동안 고민하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연구를 길게 하신 분들은 발표를 듣고 '스마트(영리)'하다는 표현을 많이 하셨다. 발표 이후 다수의 바이오텍, 빅파마, 해외 VC(벤처캐피탈)과 파트너링 미팅을 진행하고 현재도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미 FDA와 진행한 사전 임상시험계획 미팅은 어땠나
"FDA 사전 미팅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아피셀의 공정·품질 관리 체계 및 자료수준이 FDA 기준에 적합하다는 확인을 한 것이다. 사실 규제기관의 관점에서 다른 모달리티와 다르게 세포·유전자치료제를 평가하는 주요 요인은 CMC(공정개발·품질관리)다. CMC가 8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피셀은 이번 FDA 첫 사전 IND 미팅에서 원하는 성과를 100%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아피셀 플랫폼의 확장성(expandability)을 설명해달라
"아피셀 플랫폼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는 살아있는 세포에 높은 수율로 유전자를 도입하는 기술이다. 살아 있는 세포 연구를 하는 기관이라면 이 기술을 활용해 외부협력이 가능하다.
두 번째 핵심은 세포가 여러 번 증식해도 세포의 활성을 잃지 않는 기술이다. 아피셀 플랫폼은 하나의 세포에서 동일한 세포를 균질한 품질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외부기관이 보유한 유전자 주입 세포의 상업화 생산이 가능하다."
-아피셀 플랫폼을 활용해 암 치료제 개발도 가능한가
"개념적으로는 당연히 가능하다. 암세포를 죽이거나, 암세포를 죽게 하는 면역조절능력이 있는 세포에 아피셀 플랫폼 기술을 접목하면 획기적인 암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는 면역조절에 특화된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해 가장 먼저 치고 나갈 수 있는 면역질환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암 치료제 개발로 확장할 수 있다."
-현재 기술수출을 논의하는 곳이 있나
"기술이전과 공동연구개발 등의 논의를 다수의 회사와 진행하고 있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IND 이후에 기술이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아피셀도 IND 이후나 IPO 이전에 기술수출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피셀테라퓨틱스의 단기적 목표는
"올해 안에 시리즈B 펀드레이징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임상에 들어가기 위한 비용을 조달하고 'AFX002', 'AFX003' 등 새로운 타깃을 대상으로 한 후속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현재 조절 T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AFX002의 디스커버리(약물발견)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 아직 초기 단계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AFX002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진 회사들이 있다."
-아피셀테라퓨틱스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기술수출 등 마일스톤을 달성하고 이를 발판 삼아 2026년 IPO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피셀을 믿고 투자해 주신 주주사와 열심히 일해준 임직원들에게 보상을 드리고 싶다. 세포치료제는 환자를 대상으로 곧바로 임상에 들어가기에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우리 치료제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장기적으로는 100여개가 넘는 자가면역질환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글로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아피셀을 처음 기획해서 만든 대표의 입장으로선 회사가 자가면역질환 세포치료의 '모더나(Moderna)'가 되어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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