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마침내 흑자전환…반도체업계 '불황 탈출' 본격화
삼성전자 DS부문 적자 축소폭도 관심…"양사 합산 영업익 올해 43조원" 전망도
감산규모 일부 축소될 듯…'공급과잉 재현' 막고자 설비투자 기조는 보수적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국내 반도체업계가 장기간 이어진 불황 국면을 벗어나 인공지능(AI)용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증가를 발판으로 정상 궤도 복귀를 향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SK하이닉스가 4개 분기에 걸친 적자 행진을 마치고 마침내 흑자로 전환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반도체 부문 적자 폭이 지속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나 올해 본격적인 수익 국면 진입에 힘에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메모리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감소가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생산과 투자 기조는 시장 상황을 보며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다.
감산효과·IT 수요 회복에 AI 열풍까지…올해 수익 전망 '장밋빛'
SK하이닉스는 25일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3천460억원으로 전년 4분기 적자 전환 이후 5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 경기침체와 고금리 기조로 크게 감소했던 정보기술(IT) 수요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2022년 4분기 시작한 메모리 감산의 효과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고용량 DDR5 등 AI 서버용 제품 및 모바일용 메모리 수요 성장이 흑자 전환의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PC 교체 수요 증가, 고성능 D램이 필요한 AI PC 시장 확대, 플래그십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교체 수요 증가, 생성형 AI 확대에 따른 AI 서버 시장 성장 등 전방 응용처 분야에서 반도체 업황을 끌어올릴 긍정적 요인이 많아 수급 여건은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 수급 상황이 개선되며 극심한 불황기를 벗어나 본격적인 성장세로 전환했다고 판단한다"며 "지난 2년간 역성장한 PC와 모바일 기기 출하량이 성장세로 돌아서고 고객 투자가 증가하며, AI향 서버 수요와 더불어 일반 서버 수요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작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2조4천400억원) 대비 개선된 2조8천억원이라고 밝혔다.
아직 부문별 구체적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적자 폭이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에서 4분기에도 적자 규모를 얼마나 줄였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DS 부문 적자는 작년 2분기 4조3천600억원에서 3분기 3조7천500억원으로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에 적자 규모가 1조원대 초중반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IT 수요 회복과 AI 시장 확대 추세, 그간 이어진 감산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올해 양사는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고정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13∼18%, 낸드는 18∼2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2분기에는 D램과 낸드 모두 전 분기보다 3∼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D램 감산을 완화해도 올해 D램은 3.6%, 낸드는 5.9%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며 "올해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작년 대비 46%, 낸드는 29%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증권사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보면 삼성전자는 전 부문을 더한 영업이익이 34조원, SK하이닉스는 9조원대로 양사 합산 영업이익 전망은 43조원대에 이른다.
감산 규모 일부 축소 예상…설비투자는 여전히 '보수적 기조'
이런 시장 상황에 따라 양사는 HBM, DDR5 등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량을 점차 늘리며 수익성 제고에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전체적인 감산 기조를 단기간에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업계의 재고 수준이 정상화하는 시점에 맞춰 감산 규모가 점진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선단 공정이 필요한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생산이 증가하기 때문에 전체 생산량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수요가 많은 제품은 당연히 최대한 생산하고 수요가 취약한 부분은 조절해나갈 것"이라며 "D램은 1분기에 변화를 줘야 할 것 같고, 낸드는 2분기나 3분기 등 중반기가 지나 시장 상황을 보면서 같은 원칙을 갖고 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례 없는 불황으로 축소했던 설비투자(CAPEX·캐펙스)도 시장 수요 등을 살펴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과거처럼 투자 증가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수적 기조를 취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당사의 과거 투자 수준과 연간 감가상각비를 고려하면 작년 설비투자 규모는 AI향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필수 투자를 제외한 전 영역에서 투자비를 대폭 축소한 수준"이라며 "철저히 고객 수요에 기반해 가시성이 확보된 제품의 생산 확대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관점에서 당분간 설비투자는 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는 HBM 등 프리미엄 제품 양산 확대를 위한 인프라 증설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앞서 한진만 삼성전자 DS 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은 올해 CES에서 "다른 공급사들이 HBM을 열심히 해서 우리도 긴장하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올해 HBM의 설비투자를 2.5배 이상으로 늘린다고 했고 내년에도 그 정도 수준이 되지 않겠나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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