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뿌려 자활센터 방화 시도 60대..."여성이 안 만나줘서"

조승현 기자 2024. 1. 2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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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지역자활센터〈사진=조승현〉
강원 원주경찰서는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62살 남성 이 모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어제(24일) 오전 10시 5분쯤 원주시 개운동 지역자활센터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 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씨는 근처 주유소에서 산 휘발유 2만 원어치, 13ℓ가 든 통을 센터 출입문 앞 바닥에 던졌습니다. 기름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라이터를 켜려고 했습니다.

소리를 듣고 나온 직원들이 이 씨를 제지했고, 곧바로 출동한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다행히 실제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다친 사람도 없었습니다.

62세 이 모 씨가 어제(24일) 오전 강원도 원주지역자활센터에 불을 지르겠다며 휘발유를 뿌린 출입문 앞 바닥.〈사진=조승현〉
지역자활센터는 일할 능력이 있는 저소득계층에게 직업 교육과 상담, 취업 알선 등을 제공해 자활을 돕는 기관입니다.

이 씨는 지난 2020년 원주지역자활센터를 통해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약병을 수거해 분리수거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자주 술을 마시고 동료들과 마찰을 일으켜서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앞으로 음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지난해 다시 사업에 참여했지만 이번에도 또 같은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9월 사업에서 또 한 번 배제됐습니다.

이때부터였습니다. 이 씨는 센터에 하루가 멀게 전화해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불을 지르겠다', '내가 못 지를 줄 아냐'와 같은 협박이 이어졌습니다. 센터 직원 모두가 이 씨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이 씨 불만이 향한 곳은 센터만이 아니었습니다. 근처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동료에게 끊임없이 연락하며 괴롭혔습니다. 호감을 표현했는데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피해 여성은 JTBC에, 과거 이 씨로부터 '예전에 일본 여자와 결혼해 자녀도 낳았는데, 불을 지르고 한국으로 넘어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범행이 이뤄진 어제도 이 씨의 원래 목표는 이 여성이 일하는 사업장이었습니다. 사업장 출입문 앞에서 기름통 뚜껑을 열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여성이 도움을 구하러 센터 건물로 뛰어갔고, 이 씨가 뒤따라가며 기름통을 던졌습니다.
62세 이 모 씨가 어제(24일) 오전 강원도 원주지역자활센터에 불을 지르려고 휘발유를 뿌린 장소에 기름을 닦아낸 신문지와 휴지가 종량제 봉투에 담겨 있다.〈사진=조승현〉

이 씨는 '전 애인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아 범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성은 이 씨와 자활사업에 참여하며 만난 동료일 뿐 교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오랜 기간 이어진 이 씨의 집요한 연락과 협박으로 고통이 컸다고 토로했습니다.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센터에 쌓인 불만과 여성을 향한 비뚤어진 마음이 이번 범행을 부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술은 기폭제가 됐습니다. 어제 기름통을 들고 센터로 가던 이 씨는 또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술에 취해 있어서 어제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연인이었건 아니었건 간에 여성이 안 만나준다는 이유로 휘발유를 들고 가 불을 지르려 한 사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조사를 통해 스토킹 등 다른 혐의가 있는지도 확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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