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엄마 김미경, 스타자식만 70명↑ “장나라 김태희와 친구처럼 지내”[EN:인터뷰①]
[뉴스엔 박수인 기자]
배우 김미경이 '국민 엄마' 수식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미경은 1월 25일 서울 강남구 씨엘엔컴퍼니 사옥에서 진행된 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극본 권혜주, 연출 차영훈 김형준) 종영 인터뷰에서 연이어 엄마 역을 맡게 된 소감을 전했다.
'웰컴투 삼달리'는 한라산 자락 어느 개천에서 난 용 같은 삼달이 어느 날 모든 걸 잃고 곤두박질치며 추락한 뒤, 개천을 소중히 지켜온 용필과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는 이야기, 그리고 다시 사랑을 찾는 이야기.
티빙 오리지널 '이재, 곧 죽습니다'와 '웰컴투 삼달리'에서 엄마 역으로 큰 존재감을 보인 김미경은 "저는 엄마 역을 한 게 너무 오래됐다. 오랫동안 해와서 더 특별한 건 별로 없었다. '웰컴투 삼달리'나 '이재, 곧 죽습니다'의 경우는 엄마의 서사가 있지 않나. 그래서 조금 더 연기하는 데 있어서 재밌고 더 생각할 수 있고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엄마의 서사가 있는 게 아무래도 좋았다"고 말했다.
고미자 역에 공감한 부분으로는 "극 중 내복 입고 뛴 거는 처음에는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왜 이 엄마는 벗고 뛰지' 싶었다. 처음에는 그랬다가 그냥 받아들인 거다. 수영복을 입고 뛰면 뛰는 거지 뭐 한다. 고미자는 다른 엄마를 맡았을 때와 똑같은데 제가 엄마이지 않나. 엄마의 마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모든 엄마의 역할들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 특히 몰입했던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아이가 자살을 했지 않나. 아이가 자살한 엄마의 심정은 상상도 안 되고 가늠도 안 되는데 그런 것들은 좀 더 깊이 이 마음이 끝일까를 깊이 파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많이 생각하고 그렇게 다가갔던 것 같다. 영안실에서 죽은 아이를 붙잡고 '일어나 엄마랑 가자' 하는 신에서는 너무 몰입이 돼서 신이 끝나도 한참 동안 진정이 안 되더라. 그런 게 기억에 남는다"며 "(해당 장면에 대한 호평을 보면) 연기자로서 다행이다 싶다. 다른 배우들이 1부에서 7부까지 잘 이끌어왔는데 마지막에 제대로 행하지 못하면 결론이 무색해지겠구나 걱정이었다. 아들을 잃은 엄마니까 촬영할 때 마다 한 번도 안 빼놓고 울었다. 매번 대성통곡했다. 제가 나오기만 하면 우니까 시청자들 입장에서 지겹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오픈이 되고 나서 리뷰를 보니까 다행히 마무리가 잘 된 것 같다. 그래서 아주 엉망으로 하지는 않았나보다 안도했다"고 털어놨다.
착한 엄마가 아닌 역할도 해보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는 "하고 싶은 게 꽤 있는데 나쁜 역을 안 주시더라. 강해도 좋고 나쁜 엄마여도 좋고 악역이어도 좋으니 해보고 싶은데 그런 역할만 주시더라. '밤에 피는 꽃'에서는 시어머니인데 매서운 시어머니의 전통적인 모습이라기보다는 그렇게 보이고 싶어하는 허당이다. 그래서 독하고 무서운 인물만은 아니다. 센 척 하는 허당이다. 거기서도 아들을 먼저 보낸 엄마 역할인데 눈물 마를 날 없는 엄마다. 그래서 애꿎은 며느리를 쥐어잡는 역할이다. 드라마 전체적인 색깔이나 결이 다르다. '밤에 피는 꽃'은 코믹이 많이 가미돼있지 않나. 무게가 '이재, 곧 죽습니다' 만큼은 무겁지 않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진심을 다해 가야 하는 거라서 무게는 다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의 엄마는 30대 아들이 들어간 역할이었다. 김미경은 "이런 역할을 해본 적 없었다. (서)인국이의 눈빛, 말투, 걸음걸이를 눈여겨 봤다. 나름대로 인국이로서 해봤는데 다행히 감독님이 '인국이 같아요' 하셔서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딸에게는 어떤 엄마일까. 김미경은 "딸한테 물어봤다. 왜 엄마가 좋냐고. 개그맨 같아서 좋다고 하더라. 성공했다 싶었다. 무서운 엄마는 싫다. 딸이랑 아주 베스트 프렌드다. (보통 딸들은) 친구들끼리만의 비밀얘기가 있는데 저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아이다. 그런 엄마라고 하더라. '국민 엄마' 수식어를 들으면 나름 뿌듯해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내 엄마야' 한다.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의 엄마 이야기를 밥먹으면서 봤는데 대성통곡을 하면서 봤다더라. '웰컴투 삼달리'도 '나도 (부미자) 보고싶다게' 하면서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하염없이 울면서 봤다고 하더라"고 했다.
오랜 기간 엄마 역을 해오다 보니 스타 자식만 70명 이상이었다. 김미경은 "처음 엄마 역을 해본 게 '햇빛 쏟아지다'라는 작품에서 류승범씨 엄마를 하라고 하더라. 20대의 엄마는 심하지 않나 싶었다. 그래도 해봐야지 해서 했는데 그거 끝나고 엄마 역할이 물밀듯 들어오더라. 그때부터 숙명이구나 싶었다. 계산도 없고 욕심도 없다. 그냥 일이다. 엄마든 뭐든 다 새로운 인물이지 않나. 일이 들어오면 제가 정한 기준에 반하지 않으면 일은 다 하는 편"이라고 했다.
현재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는 자식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끝나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친구도 있는 반면에 아직도 전화하면 엄마 하는 친구들이 있다. 장나라는 엄마와 딸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처럼 돼 버렸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데도 친구처럼 됐다"며 "예를 들어 장나라씨를 보면 차이를 못 느낀다. 몸 속에 90세 먹은 노인네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생각도 깊다. 그래서 사는 얘기를 하는 게 참 재밌다. 자주는 못 보지만 김태희 씨도 가끔 보는데 어제 같이 공연을 봤다. 톱스타같지 않은 털털함과 소박함이 너무 예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가수 겸 배우 엄정화와는 6살 차이에도 불구, '닥터 차정숙'에서 모녀 호흡을 맞췄다. 김미경은 "찾아보니까 6살 차이더라. 6살 차이면 너무 심한 거 아냐 해서 고민을 좀 했다. 감독님을 만나서 아무리 변장한다고 해도 가능할까요 했는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가능하다고 하더라. 생각해보니 28세에 80세 노인 역도 했는데 나이 때문에 못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 경계를 둬야하나 싶어서 해봅시다 했다. 그래서 그냥 했다. 주변에서 억울하지 않냐고 했는데 연기자니까 억울하지 않다. 연기자면 연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양한 '엄마'들 중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는 "엄마라는 인물에 기준을 두지는 않는다. 보통 엄마의 서사가 없는 드라마가 많지 않나. 그냥 엄마일 뿐 있더도 그만 없어도 그만 하는 인물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우러짐 속에서 힘을 보탤 수 있는 게 있다면 얼마든지 오케이다. 그것이 아닌 소모적인 건 하면서도 재미없을 것 같다. 하나라도 의미가 있으면 좋은데 그게 없으면 조금 심심하다. 그러면 하고 싶지 않다 싶다"고 말했다.
엄마를 연기할 때의 개인적인 철학도 밝혔다. 김미경은 "모두가 엄마가 있지 않나.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자식을 향한 엄마의 마음, 내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한다. 제가 표현하는 엄마와 내가 아이에게 대하는 자세는 저의 엄마에게 보고배운 것일 거다. 어머니가 96세이다. 제가 10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단 한 번도 아버지의 부재 때문에 슬퍼하거나 힘들거나 외롭지 않게 몫을 다해서 네 자매를 키우셨다. 엄청나게 강한 분인데 강하다고 해서 무서운 게 아니고 누구도 소홀함 없이 따뜻하게 품어주셨다. 저는 우리 엄마만큼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든 엄마 역을 할 때 캐릭터마다 상황과 인물 환경이 다르지 않나. 그거에 맞는 캐릭터를 찾아가되 기본적인 모성만큼은 엄마의 마음으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미경은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은 아직까지 낯설다. '내가 무슨 감히'라는 마음도 든다. 제가 요즘 가끔 '전원일기' 재방송을 본다. 김혜자 선배님을 보면서 너무 경이롭더라. 저런 분이 정말 국민 엄마가 아닌가 한다"며 겸손함을 내비쳤다.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인터뷰 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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