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시려 잠도 제대로 못 자" '북극 한파' 버티는 영등포 쪽방촌의 겨울나기[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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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영하 20도.
예년에 비해 혹독한 겨울 날씨가 연일 이어지면서 쪽방촌 주민, 독거노인, 노숙인 등 주거취약 계층이 신음하고 있다.
박모씨(63)는 "집에서 따뜻한 물이 안 나와서 영등포 쪽방촌상담소이 지급한 사우나 주간 이용권을 써서 겨울을 버텨내고 있다"며 "밥 먹고 노숙자 쉼터에 가면 사람이 70~80명씩 바글바글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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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점심을 먹기 위해 다른 동네에서 오는 노인들도 있었다. 대부분 혼자 사는 노인들이었다. 양천구 목동에서 혼자 거주하는 김모씨(84)는 "집에 있어봤자 난방비가 비싸 춥고 공짜로 점심을 먹을 수 있어 시간 날 때마다 들린다"며 "노인들한테 한 끼 대접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마포구 망원동에서 온 이모씨(90)는 5겹을 껴입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먹어 든든하고 운동 삼아 온다"며 "집에 혼자 있으면 외롭고 춥고 해서 겨울에 더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식사 후 추위를 피해 인근 노숙자 쉼터를 찾는다.
박모씨(63)는 "집에서 따뜻한 물이 안 나와서 영등포 쪽방촌상담소이 지급한 사우나 주간 이용권을 써서 겨울을 버텨내고 있다"며 "밥 먹고 노숙자 쉼터에 가면 사람이 70~80명씩 바글바글하다"고 했다.
8년째 영등포 쪽방촌에서 거주하고 있는 안모씨(73)의 거처를 찾았다. 쪽방 문가엔 고드름이 얼었고 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안씨는 "얼굴이 시려서 잠도 안 올 지경"이라며 "지병이 있어 집 밖으로 잘 나가지 못하는데, 보일러는 없고, 여름에 3만원 나오던 전기료가 지금은 7만원 넘게 나온다"고 토로했다. 안씨는 이미 2달치 전기료가 밀렸다고 한다. 온풍기 한 대와 전기장판에 의지해 추위를 버티고 있다.
연탄을 쓰는 김모씨(77)도 연탄 아끼기에 한창이다. 연탄의 온기는 반나절을 가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 3~4장의 연탄을 떼야 하지만 김씨에겐 부담이다. 김씨는 "연탄 2장으로 버티다가 어제 오늘은 너무 추워 한 장 더 태웠다"고 말했다. 아침에는 화장실 바닥에 얼음이 생겨 녹이느라 버너로 물을 데웠다고 한다.
자가 난방이 변변치 않은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따뜻한 곳을 찾고 있었다.
최창복씨(62)는 "이번 겨울이 덜 추운 줄 알았는데 어제 오늘 갑자기 추워져 더 서늘하게 느껴진다"며 "등유 보일러가 고장나 사우나와 지하상가를 돌아다니며 추위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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